이 기사는 2017년 01월 18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세계 최대 전자쇼 CES2017에서 볼거리는 첨단 가전 제품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글로벌 기업 경영인들이 한 자리에 몰려들고, 그들의 생각을 들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인상 깊었던 것은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사장과의 만남이었다. 윤 사장과는 사석에서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두 번 있었다. 첫 번째 만남은 CES 개막 전날 한 호텔 로비에서였다. 윤 사장은 후배인 김현석 CE부문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사장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당시 껄끄럽지만 QLED TV에 대한 경쟁사의 폄훼논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글로벌 TV 1~2위 기업간 신경전이 CES 최대 화두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CES 개막 전 큐레드(QLED) TV를 공개하며 LG전자의 올레드(OLED) TV와 비교시현을 통해 압도적 화질을 강조했다. 그러자 LG디스플레이측은 QLED TV도 결국 블랙표현도에서 한계가 있는 LCD TV일 뿐이라고 규정지으며 맞불을 놓은 상황이었다.
질문은 김 사장에게 던졌었는데 윤 사장이 "대답하지 말라"며 막아섰다. 온화하던 표정은 삽시간에 일그러졌다. 질문 자체에 자존심이 상한 기색이 역력했다. 경쟁사 폄훼가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반응할 필요도 없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계속된 질문에 김 사장을 제지했던 윤 사장이 직접 나서 그간 쌓여왔던 분을 풀어냈다.
윤 사장은 "돈을 들여서 지금보다 좋아지면 (OLED TV를) 하겠는데, 지금 현재 있는 기술로 다 가능한데 왜 굳이 돈을 들이나"며 "결국 소비자한테 부담으로 돌아 갈 텐데"라고 말했다. 이어 "(OLED TV처럼) 자발광을 하면 블랙표현도와 시야각이 좋아지긴 하지만 그거 외에는 하나도 없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만남은 CES 개막 후 삼성전자 부스에서 이뤄졌는데 역시 TV가 대화의 중심이었다. 윤 사장은 "진짜 TV 화질을 따지려면 실제로 계측기로 측정한 데이터를 근거로 이야기 해야지 그냥 보면 그게 그것일 뿐"이라며 "기자들도 기술 측면에서 이해도를 높여 분석해야지 (경쟁사 이야기를 듣고) 말만 전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이후에도 복잡한 전문용어를 써가며 한동안 TV 이야기를 이어갔다.
윤 사장에게 TV는 마치 자식과도 같아 보였다. TV뿐 아니라 냉장과 세탁기 등 모든 가전제품을 총괄하는 CE부문장이지만 TV에 남다른 애착이 느껴졌다. 다른 고위임원에게 물어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내부에서는 윤 사장이 삼성전자가 11년 연속 글로벌 TV 1위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하는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윤 사장 2013년 CE부문장 취임 전 영상 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이었다. 이 사업부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이다. 그리고 후배 김 사장이 윤 사장 역할을 이어받아 훌륭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9조2000억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냈다. 윤 사장이 맡고 있는 CE부문이 1조 원을 웃도는 수익을 내 전체 실적개선에 기여했다. 그 배경에는 윤 사장의 TV에 대한 무한애정이 있었던 것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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