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9월 06일 0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람 잘 날이 없다'회장이 바뀔 때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KB금융그룹을 두고 하는 말이다. 황영기 전 회장의 낙마부터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간 갈등까지 KB금융은 내·외풍으로 인해 심각한 부침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올해도 여지없이 KB금융은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내홍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회장 선임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떨어지고 현 회장의 연임에 유리한 날치기식 인사"라고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국민은행 등 KB금융그룹 계열사 노조로 구성된 KB노동조합협의회가 문제 삼는 부분은 두 가지다. 2014년 회장추천위원회는 100여 명의 후보군을 압축하는 절차, 채점 방법, 최고경영자(CEO)의 자격, 심층면접 일정을 상세히 공개했는데 현재는 당시보다 절차상 후퇴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또 회장을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가 회장의 눈치만 보는 '거수기'로 전락했고, 국민은행장과 상임감사 자리가 공석인 상황에서 윤종규 회장이 '제왕적 CEO'로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KB금융 CEO 자리가 정치적으로 현 정권에 이바지한 인물에게 내려지는 '하사품(?)'으로 여겨졌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마저 느껴지는 생소한 논쟁거리다.
그런데 노조의 주장이 타당한지는 따져볼 문제다. 차기 회장 인선 절차는 관련 규정 등을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제외하더라도 '거수기' 사외이사와 제왕적 CEO 권력 행사 문제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윤 회장은 재임시절 다른 금융지주사, 또는 은행에서 볼 수 없었던 '주주 추천 사외이사' 제도를 파격적으로 도입했다. 실제로 이병남 사외이사는 당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현재 공정거래위원장)의 추천을 받아 사외이사가 됐다. 박재하·김유니스경희 사외이사도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장하성 고려대 교수(현재 청와대 정책실장)로부터 각각 추천을 받아 사외이사에 올랐다.
재일교포 주주와 과점주주라는 특수성을 가진 신한금융과 우리은행의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면 사실상 주주 추천 사외이사를 도입해 CEO를 견제하는 유일한 금융사로 볼 수 있다. 특히 윤 회장 보다 현 정부와 더욱 친분이 있는 사외이사라는 점에서 독립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주장은 오히려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제왕적 CEO 논란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 상임감사 자리가 공석인 상황에서 윤 회장이 국민은행장을 겸직하면서 권한이 집중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외부의 입김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예컨대 지난해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상임감사에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았고,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국민은행장 내정설이 퍼지기도 했다.
노조의 주장이 KB금융그룹 직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새겨 들을 필요는 있다. 하지만 침묵하는 다수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노조의 주장이 KB금융의 성장을 위한 길인지는 되짚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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