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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또 다른 도약을 기대하며 [WM라운지]

홍지은 세빌스코리아 상무공개 2017-09-20 08:38:59

이 기사는 2017년 09월 18일 10: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마트가 중국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롯데마트는 7000억 원의 비상 자금까지 투입하는 등 노력을 했으나 결국 철수로 결론냈다. 중국 내 롯데마트 처분을 위한 매각 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했고, 중국내 112개 매장 전체를 매각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다만 협상 조건에 따라 일부만 매각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5~6년 전 이맘때 중국에 있는 롯데지사에서 연락이 온 적이 있다. '선양'에 대규모 롯데타운 건립을 계획중인데 컨설팅을 받고 싶으니 검토 후 컨설팅 의향을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비밀유지서약을 한 후 프로그램 개요를 받아봤다. 그때만 해도 내가 아는 중국은 베이징과 상하이가 전부였기에 우선 선양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찾아봐야 했다.

선양은 랴오닝 또는 요동으로 알려진 중국 동북부 지역의 수도에 해당하는 도시였다. 심양으로도 불리며 탈북자들의 얘기에 등장하는 중국 도시 '단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요동지방은 흡인력 있는 스토리와 생생한 묘사로 책을 들자마자 정신없이 읽었던 대하소설 '요하'의 주무대였다. 음, 위치는 대강 알았다. 그러면 어떤 개발을 하기에 타운이라고 명명했을까.

알아볼수록 타운 외에는 달리 표현할 단어가 없었다. 대형백화점·대형마트 각1개, 4·5성급 호텔 각1동, 고급·일반 오피스빌딩 각1동, 고층아파트 6개동 등 전체를 다 개발하면 개발면적만 총 50만평에 달했다. 담당자와 직접 통화를 했더라도 보내 준 자료에 롯데 로고가 찍혀 있지 않았더라면 믿지 못할 규모의 프로젝트였다.

컨설팅 제안서를 준비하기 전에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일단 선양으로 출발했다. 선양 국제공항의 첫 이미지는 우리나라 시골의 시외버스 터미널과 흡사했다. 공항을 나오자마자 느꼈던 황량함은 잠시, 시내로 들어서자 고층 아파트와 즐비하게 늘어선 대형쇼핑몰이 나타났다. 공항의 모습과 확연히 다른 도시의 모습에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았었다.

우리는 롯데지사를 방문해 담당자들과 회의를 하고 개발예정 부지를 방문했다. 위성사진으로 봤던 개발부지가 실제로 눈 앞에 펼쳐졌을 때 그 규모 또한 놀라웠다. 위에 밝혔듯 나는 중국에 대해 무지했기에 회사 내 베이징 사무실, 상하이 사무실과 제안서를 준비한 끝에 컨설팅을 맡게 된 터였다.

우리가 맡았던 건 주거시설에 대한 초기 단계 컨설팅으로 전체 프로젝트로 보면 일부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달 한 차례씩 선양으로 가서 롯데 담당자들과 만났다. 돌아와서도 우리 회사 베이징, 선양지사 담당자들과 고민하면서 1년 동안을 보냈다.

나는 낯선 곳에 대형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기업들의 저력에 놀랐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열정에 감동 받아 무엇이든 도와 주고 싶었다. 때로는 당일 출장을 감수하며 다녀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자문을 하는 입장이지만 일을 하다보면 프로젝트에 애정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개발프로젝트는 실제로 완공되기까지 참 많은 변수가 있다. 컨설팅 결과를 무시하고 진행해 어렵게 되는 경우도 있고, 컨설팅을 참고해도 예측할 수 없던 리스크가 생기기도 한다.

북핵 위협에서 비롯된 사드배치, 중국과의 긴장관계는 롯데마트가 철수를 결정하게 만들었다. 기업 입장에서 계산 가능한 경제적 손실은 이미 언급됐지만 계산하지 못하는 손실은 어떻게 봐야할까.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사람들의 상실감과 허탈함, 안타까움 등이 그렇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럼에도 현재 일에 최선을 다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일인 것 같다.


홍지은 세빌스코리아 상무

이화여자대학교 통계학과 졸업
University of Surrey 관광개발학 석사
커민스코리아 마케팅 담당
아시아 비즈 스트레티지 컨설턴트
現 세빌스코리아 리서치&컨설팅 본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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