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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 코드, 기업 행동도 바꾼다 [THE NEXT]에릭 베르메울렌 틸부르대학교 교수

심희진 기자공개 2017-09-22 17:04:44

이 기사는 2017년 09월 22일 17: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뿐만 아니라 기업의 행동 방식에도 변화를 일으킨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기업들은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다. 소통 창구를 적극 활용하는 기업만이 다양한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더벨 '더 넥스트 기업 지배구조 컨퍼런스' 세션3_10
에릭 베르메울렌 틸뷔르흐대 교수가 22일 중구 밀레니엄 서울힐튼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더벨 '더 넥스트 기업 지배구조 컨퍼런스'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에릭 베르메울렌(Erik Vermeulen) 틸부르대학교 교수 겸 필립스인터내셔널 부사장(사진)은 22일 서울 밀레니엄 호텔에서 머니투데이 더벨이 '기업 지배구조에서 기관투자자의 역할 재조명'을 주제로 주최한 '2017 기업지배구조 컨퍼런스 THE NEXT'에서 이같이 밝혔다.

본래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인 경영 참여를 유도하는 행동 강령이다.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가 기관투자가에게 미치는 영향만 놓고 보면 효과가 별로 크지 않다는 게 베르메울렌 교수의 분석이다. 베르메울렌 교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할 경우 기업 자체의 행동 양식이 바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베르메울렌 교수는 이해당사자들과의 대화를 적극 추진하는 기업들의 모습에 주목했다. 베르메울렌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스튜어드십 코드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각 기업들은 투자자들에게 자신들이 처한 경영 환경에 대해 설명하려는 시도를 늘리고 있다.

베르메울렌 교수는 소통을 중시하는 기업만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이 융합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로 테슬라와 월마트를 꼽았다. 특히 테슬라의 경우 최고경영자(CEO)인 엘론 머스크(Elon Musk)가 적극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벌인 덕분에 저조한 실적에도 경쟁사인 GM, 포드보다 높은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르메울렌 교수는 "많은 요소들이 서로 얽혀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선 단일 기업의 힘만 가지곤 성공할 수 없다"며 "스튜어드십 코드를 바탕으로 여러 투자자들과 활발하게 교류해야 올바른 대응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국내 기업들이 이해당사자들과 소통 영역을 넓히면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물론 지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국내 기업이 4곳뿐이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하면 여러 노하우가 축적돼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베르메울렌 교수는 "한국에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 지 이제 고작 8개월밖에 안 됐기 때문에 조바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며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용해 직접 의제를 설정하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날수록 주가는 분명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발표 전문>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들이 주주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의 에너지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실제로 행동주의를 강화하며 스튜어드십 코드를 준수하는 건 쉽지 않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들로 하여금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도록 한다. 주주총회에 가고, 현장에서 발언을 하고,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권장한다. 필요하다면 회의를 소집하거나 이사회에 안건을 올리기도 한다. 또한 기업이 실적, 주주 현황을 비롯한 각종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시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핵심은 상호 조율이다. 서로 모르는 기관투자가들이 팀을 구성해 주주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일례로 인도는 최소 1명의 기관투자가가 이사진에 들어가도록 의무화한다. 관련해서 구속력을 갖는 규정도 있다.

그럼에도 기관투자가들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기관투자가들끼리 대화를 통해 상호 협력하면 하나의 기업을 인수할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갖지만 그걸 원하지는 않는다. 로펌, 펀드 운용사, 컨설팅사 등의 자문이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건 기관투자가들을 더 수동적으로 만든다.

뭔가 다른 것이 필요하다. 의결권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기관투자가들이 인식해야 한다. 핵심은 기업과의 대화다. 기관투자가들이 기업과 비형식적인 대화 창구를 적극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기업의 장기 생존에 대해 의미있는 기여를 해야 한다.

2010년 첫 채택 후 18개 국가가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는 궁극적으로 열린 기업문화 형성을 추구한다. 하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영국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미래가 없다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은 채택 후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다. 형식적인 준법 감시 문서 정도로 전락했다. 정책 입안가들 역시 스튜어드십 코드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관투자자보다 기업의 행동 양식이 변해야 한다. 기업이 먼저 기관투자가들에게 대화를 요청하는 한편 경영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끊임없이 소통하고 스토리텔링을 확실하게 해줘야 한다.

기업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의 가장 큰 기능이다. 기업들은 앞으로 펼쳐질 혁신 세상에서 소통이 없다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다. 기업들이 대화 창구를 적극적으로 구축하도록 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게 스튜어드십 코드다.

테슬라를 예로 들겠다. 테슬라는 2016년 7만 6000대의 차를 팔았다. 같은 기간 GM은 1000만 대, 포드는 700만 대를 팔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은 테슬라가 GM, 포드보다 크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화다. 테슬라는 투자자들에게 경영 현황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기관투자자들이 이걸 믿고 투자를 한다. 당연히 주가가 오른다.

월마트도 좋은 사례다. 월마트는 기관투자자들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기 전까지 굉장히 힘든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CEO가 블로그를 통해 기관투자자들과 소통을 시작하면서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삼성, 현대차 등 한국의 대기업들도 조금씩 변화할 거라 본다.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기관투자자들과의 대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의 기업들이 기관투자자들에 스토리를 전달하고, 대화를 시작하는 노력을 경주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없어질 거다. 자연스레 주가도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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