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추천위 유명무실, 관피아 이사장 '흑역사' [거래소 이사장 공모 논란]개소 이후 내부 출신 이사장 단 '1명'…전문성 결여, 경제 관료 독식
강우석 기자공개 2017-10-20 14:54:40
이 기사는 2017년 10월 17일 16: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KRX) 이사장 자리는 줄곧 관피아(관료와 마피아를 합친 말)의 몫이었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후보추천위)가 엄연히 존재하지만 유명무실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경제관료 출신이 이사장을 독식하면서 거래소의 성장도 정체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27명 중 내부 출신 '1명'…기재부·한은·정치권 인사 독차지
구 증권거래소가 출범한 1956년 이후 이사장 자리를 역임한 인물은 총 27명이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 관료 출신 인물만 18명으로 무려 67%에 달했다.
과거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들이 그 중에서도 두드러졌다. 27명 중 절반에 가까운 12명이 재무부에 몸담은 이력이 있다. 윤인상 이사장(2대)뿐 아니라 서재식(6대), 김용갑(10·14·15대), 이두희(16대), 홍인기(21·22대), 강영주(24대) 등이 이에 해당한다. 통합거래소 출범 이후 이영탁(1대), 이정환(2대), 최경수(4대) 이사장도 모두 재무부 출신이다.
정치권이나 군 출신도 더러 있었다. 이동수, 이명재 전 이사장은 쿠데타로 집권한 공화당 정부 시절 선임된 인물이다. 두 사람 모두 육군 경리감과 헌병감 출신으로 자본시장 이력이 전무했다.
내부 출신은 단 한 명 뿐이었다. 박창배 전 이사장은 공채 출신(1기)으로 1999년 이사장 자리에 올랐다. 공채 출신 이사장이 탄생한 것은 한국거래소 개소 44년 만의 일이다.
별도의 후보추천위가 존재하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정권 교체와 함께 새 정부 코드에 맞는 인물로 끊임없이 교체돼 왔다.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이들의 전리품이였던 것이다.
현재 선임이 진행 중인 신임 이사장도 낙하산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차기 이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은 행정고시 출신(27회)으로 금융위원회 기업재무개선정책관과 금융서비스국장, 상임위원으로 근무했다.
◇ '전문성' 결여된 이사장 선임…성장 정체 배경 지목
업계에서는 거래소 성장이 정체된 배경으로 낙하산 인사를 꼽고 있다. 2015년 기준 한국거래소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5%였다. 2013년과 2014년에도 각각 4%, 2%에 그쳤다. 싱가포르거래소와 홍콩거래소의 ROE(2015년 기준)는 각각 35%, 24% 수준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신임 이사장이 오면 기존 사업을 이해하기까지 최소 1년 정도는 걸리는 편"이라며 "정권 교체와 함께 코드가 맞는 이사장으로 교체되면서 신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기는커녕 좌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사임한 정찬우 전 이사장의 조직 개편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집행간부 축소와 함께 유사 조직도 통폐합했다. 그 과정에서 최경수 전 이사장이 강조했던 상장유치팀의 규모가 축소됐다. 달라진 정책 여파로 코스피 시장 신규 기업공개(IPO)는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수수료 의존도도 높은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의 수수료 수입은 전체 영업수익 중 약 70%. 동종 업계 간 인수합병으로 외형 성장과 사업다각화에 적극 나서는 중인 글로벌 거래소들과 상반된 움직임이다. 내부적으로 인덱스 사업을 '제2 먹거리'로 삼고있지만 수익기여도는 낮은 상황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문성을 갖춘 이사장이 긴 호흡으로 거래소 성장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라며 "한국거래소의 성장은 한국 자본시장 발전의 전제조건이라는 걸 당국이 알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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