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0월 27일 14: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례적이었다. SK케미칼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개최한 임시주주총회는 16분 만에 종료됐다. 행정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이번 주총으로 사실상 지주회사 전환이 확정됐다. 임시주주총회 의장을 맡은 김철 사장은 "좋은 기업가치로 주주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마무리했다.지주회사 전환 관련 임시 주주총회 현장은 진통을 겪는 게 일반적이다. 앞서 롯데지주는 지주회사 안건이 상정된 분할 주주총회를 끝내는 데 4시간 가량이 걸렸다. 워낙 구조가 복잡한데다 지주회사 전환에 의문을 품은 주주들이 강한 불만을 제기했던 탓이다.
지주회사는 투명한 지배구조 구축을 위해 도입됐지만 일부 오너일가 경영권 승계 작업으로 인식된다. 세간의 인식도 부정적이다. 지주회사 요건 상향 전 절차를 끝낸 곳들에는 '막차' 꼬리표가 달렸다.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 의결권이 살아나는 방식을 활용한 '자사주 매직'이나 가업승계를 위한 꼼수 등도 쉽게 볼 수 있다.
SK케미칼은 이같은 오해에서 자유롭다. SK케미칼은 지주회사 전환을 밝히면서 동시에 자사주 소각과 매각도 발표했다. 자사주를 포기하면서 꼼수 기업 승계란 논란거리 자체가 사라졌다. 총수인 최창원 부회장도 경영권 승계 이슈에서 자유롭다. 최 부회장의 두 자녀는 아직 학생 신분이다. 만약 승계를 염두에 뒀다면 한번 뿐인 카드인 지주회사 전환은 훗날로 미루는 게 유리하다.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나중에 승계를 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 수 있다. 시장에서도 이번 지주회사 전환을 표면적 이유인 기업가치 제고와 부합한다고 평가한다.
기본과 원칙을 지킨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눈앞에 보이는 편익을 쫓지 않은 대신 많은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 그렇지만 후유증은 적다.
SK케미칼은 기본과 원칙을 지켰다. 덕분에 지주회사 전환은 별다른 잡음없이 매끄럽게 처리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새롭게 출범할 SK디스커버리는 탄탄한 출발선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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