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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중소형 보험사 자본확충 물꼬 '성공' 신종자본증권 투자적격등급에 발행…KP 시장 원화 대체 입증

이길용 기자공개 2017-11-07 15:47:02

이 기사는 2017년 11월 06일 15: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본 확충이 시급했던 흥국생명이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원화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에 다소 애를 먹었지만 한국물(Korean Paper·KP) 시장에서는 오히려 더 수월하게 자본 확충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흥국생명과 마찬가지로 자본 확충이 필요한 다른 국내 중소형 보험사들도 외화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에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기대된다.

흥국생명은 지난 2일 아시아 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선언(announce)하고 북빌딩(수요예측)에 돌입했다. 이니셜 가이던스(Initial Pricing Guidance·IPG, 최초 제시 금리)는 4.625%로 제시했다. 이번 딜은 유로본드(RegS) 형태로 진행됐다.

발행 선언 이후 아시아에서 투자자들의 주문이 몰렸다. 딜 과정에서 모인 최대 주문 규모는 13억 2000만 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흥국생명은 가이던스를 4.5% ± 2.5bp로 수정했고 하단인 4.475%로 금리를 결정했다. 최종 유효 수요는 7억 달러로 집계됐고 발행 규모는 5억 달러로 확정했다. 이번 딜은 JP모간과 노무라증권이 주관했다.

흥국생명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은 국내 보험사 중에서는 교보생명에 이어 두 번째다. 교보생명은 지난 7월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다. 당시 최종 주문은 54억 달러에 달했고 발행 금리는 3.95%였다. 한국물 시장에서 보험사 신종자본증권의 인기를 입증한 딜이었다.

국내 생명보험사 빅3인 교보생명보다 규모가 작은 흥국생명도 이번에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하면서 국내 중소형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 수단으로 한국물 시장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무디스와 피치는 교보생명의 신용등급을 각각 A1(안정적)과 A+(안정적)으로 평정했다. 흥국생명은 무디스와 피치로부터 각각 Baa1(안정적)과 BBB+(안정적) 등급을 받았다. 국제 신용등급을 통해 두 보험사 간의 체급 차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흥국생명의 올해 상반기 지급여력(RBC) 비율은 162.2%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의 보험사 RBC 비율 권고치 150%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에 그쳐 자본 확충이 절실했다. 국내에서는 흥국생명을 위험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무디스와 피치로부터 BBB+ 등급을 평정받으면서 활로를 찾았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국내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등급을 자체 신용도에서 두 노치 낮춘다. 무디스 Baa3(안정적), 피치 BBB-(안정적) 등급을 받고 흥국생명은 딜을 진행할 수 있었다. 정크본드(하이일드채권)가 아닌 투자 적격 등급으로 투자자를 모집하게 될 경우 금리뿐만 아니라 투자 수요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된다. 원화 시장에서 BBB급이 사실상 하이일드채권 취급을 받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외화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경우 발행 규모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 3월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을 각각 150억 원과 350억 원씩 발행했다. 당초 1000억 원이 넘는 자본 확충을 준비했지만 투자자 모집이 수월하지 않아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단숨에 RBC 비율을 30% 가량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원화 신종자본증권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는 채권 시장의 큰 손인 보험사가 신종자본증권을 매입하기 어려운 규제 환경 때문이다. 보험사가 신종자본증권에 투자하게 될 경우 RBC 비율을 산정하는 위험계수가 주식과 같은 수준으로 반영된다. 이로 인해 보험사들은 은행과 보험사들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을 매입하기 부담스럽다. 이로 인해 대규모 발행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반면 한국물 시장에서 금융사들의 신종자본증권은 열렬한 환호를 받는다. 국내 금융사들의 크레딧은 안정적이고 선순위 채권보다 높은 일드(Yield)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은 은행보다 규제 수준이 약해 신용도가 더 우량하면서도 높은 금리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교보생명에 이어 흥국생명도 외화 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하면서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의 한국물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원화 시장에서 대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수 없는 환경을 고려하면 중소형 보험사들이 한국물 시장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RBC 비율에 민감한 국내 금융 시장에서는 흥국생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만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는 대체로 안정적인 신용도를 갖춘 것으로 평가한다"며 "원화 시장에서는 자본 확충에 애를 먹었지만 한국물 시장에서는 흥국생명이 성공적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둘 사이의 간극을 다른 중소형 보험사들도 알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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