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1월 10일 08시1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4년 말 삼성그룹이 한화그룹에 한화종합화학(옛 삼성종합화학) 등 방산·화학 계열사를 매각하는 빅딜을 추진했을 때 삼성그룹은 적잖은 내부 저항을 겪어야 했다. 매각 대상이 된 삼성계열사 직원들은 하루 아침에 직장 간판이 재계 1위에서 8위로 바뀐 것에 대해 크게 상심했다. 전에 없던 노조를 설립하고 사측과 대립했다. 삼성그룹은 우여곡절 끝에 반년 만인 2015년 4월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그로부터 3년이 지난 현재 당시 빅딜이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삼성물산과 삼성SDI가 빅딜 당시 남겨뒀던 한화종합화학 잔여지분 매각을 진행하면서다. 삼성물산(20.05%)과 삼성SDI(4.05%)는 한화종합화학 지분 24.1%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 대주주였던 두 회사는 한화 측의 자금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지분 일부는 팔지 않았다.
눈 여겨 볼 부분은 시점이다. 왜 지금일까. 한화종합화학이 최고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과 삼성SDI는 잔여지분을 한화종합화학이 이익을 많이 낼수록 비싸게 팔 수 있도록 하는 풋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옵션을 실행하는 날 기준 직전연도 감가상각전 영업이익으로 기업가치를 재평가해 지분을 팔 수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한화로 주인이 바뀐 후 실적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2014년 1조731억 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조8101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영업이익은 42억 원 적자에서 5459억 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30.2%에 달한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업황이 개선된 영향이 컸지만 국내 석유화학 1위인 한화그룹과의 시너지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한화종합화학은 주인이 바뀐 후 더 잘된 케이스가 되고 있다. 미래에도 석유화학을 집중육성할 방침인 한화그룹이 한화종합화학을 더 잘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삼성이 바라던 바다. 삼성그룹은 '1위가 될 수 없다면 1위를 할 수 있는 기업에 맡기자'는 기조로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해왔다. 최근 마무리된 휴렛팩커드(HP)로의 프린트사업부 매각도 같은 사례다.
삼성도 3년이 지난 현재, 주력사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삼성SDI는 화학사업 등 자산매각으로 마련한 3조 원 가량의 현금을 미래동력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수년 동안 지속된 수천억 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끊어내는 성과도 나고 있다.
삼성-한화 빅딜은 정부가 아닌 민간 주도로 진행된 사상 최초의 대그룹 간 사업조정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윈윈' 사례로 입증되고 있다는 점이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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