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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본 '인생오계(人生五計)' [WM라운지]

김태우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부소장(CFP)공개 2017-11-15 08:09:24

이 기사는 2017년 11월 13일 09: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9월 1일 사학연금공단의 2017년 퇴직교직원 단기지원과정 중 '당신의 백년을 설계하라' 주제의 강사로 초청받았다. 교단에서 30년 간 몸 담은 선생님들 앞이라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격은 아닌지 고민이 됐다.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 하는 차에 중국 송나라 학자인 주신중(朱新仲, 9~12c)이 알려준 '인생오계(人生五計)'를 영화를 통해 전달하기로 했다.

인생오계란 인생을 살아가는 다섯가지 계획으로 △생계(生計) △신계(身計) △노계(老計) △가계(家計) △사계(死計)를 의미한다. 생계는 퇴직 후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며 신계는 건강에 대한 준비, 노계는 국가와 자녀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당당한 노후에 대한 설계를 말한다. 가계는 노년에 생기는 가족과의 관계, 사계는 생을 마감할 때 무엇을 남기고 떠날 것인가에 대한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1. 생계(生計)

고대 로마의 정치가 겸 저술가인 키케로의 저서 '노년에 관하여'를 보면 사람의 인생은 유년기의 연약함, 청년기의 격렬함, 중년기의 장중함을 거쳐 노년에는 인생의 원숙함이 자연스럽게 풍겨난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이가 들고 은퇴시점이 다가올수록 다음과 같은 심경의 변화를 겪는다. 은퇴를 앞둔 10년 전에는 은퇴 후 삶에 대한 꿈과 상상을 갖지만 은퇴시점 전후에는 우울과 분노를 표출하고 현재의 삶을 수용해 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남성의 경우 돈을 버는 경제적 주체이었다가 은퇴와 함께 경제적 주체로서 존재를 잃는다. 이에 따라 은퇴 후 받게 되는 스트레스는 급격하게 증가한다.

몇 년 전 개봉한 '인턴(2015년)'이라는 영화를 기억할 것이다. 퇴직 후 은퇴생활을 즐기다 시니어 인턴으로 일하는 70세 어느 노신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주인공(로버트 드니로)은 다운타운에 자택을 소유한 평범한 중산층 은퇴 세대지만 혼자 사는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빈틈이 없다. 수십 년 직장생활에서 비롯된 풍부한 인생경험은 CEO 뿐만 아니라 젊은 직장 동료들에게 존경받는 시니어로 남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결국 경제적 주체로서 은퇴 후 어떤 일과 역할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 조금씩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 일이 대단하고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괜찮다.

2. 신계(身計)

"희귀성 알츠하이머라니, 차라리 암이면 좋겠어! 그러면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있잖아" 영화 '스틸앨리스(2015년)'의 주인공(줄리안 무어)의 대사다. 존경받는 언어학자인 앨리스는 강연도중 단어를 떠올리지 못하거나 조깅하던 중에 익숙한 길을 잃는 초기 알츠하이머 증상을 겪고, 급기야는 딸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다. 이제 막 50세의 나이에 갑자기 알츠하이머가 발생한 것이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치매환자 수는 약 65만 명이다. 이는 전체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9.8%로 추정되는데 2024년이면 100만 명(유병률 10.3%)을 초과 한 뒤 2041년에는 200만 명(12.3%)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성별로는 여성 치매환자가 46만 2257명으로 전체 환자의 71.3%를 차지해 남성보다 2.5배 많다. 특히 치매환자 중 85.6%가 70세이상 노인으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치매환자 비중도 커지고 있다. 이미 고령사회(aged society)를 진입한 우리나라도 치매위기가 도래하고 있는 셈이다.

치매는 전 연령층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 가운데 하나다. 50대 이후 중·노령의 경우 암보다 더 두려운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어 예방이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뇌졸중의 초기증상 파악을 위해서 F.A.S.T를 쓴다. 뇌졸중 초기증상인 F.A.S.T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F(Face Dropping)는 얼굴이 처지거나 무감각하다는 의미로 정상적으로 미소를 짓지 못하는 경우다. A(Arm Weakness)는 팔에 힘이 없거나 무감각해지고 양팔을 들어올릴 때 팔의 위치를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다. S(Speech Difficulty)는 말이 어눌해진다는 의미다. T(Time to Call 911)는 F.A.S 단계에서 한 가지라도 문제가 발견되면 그 증상이 사라졌다고 해도 119에 반드시 연락해야 한다.

3. 노계(老計)

과거에는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고 부모가 나이들면 자녀는 부모를 부양하는 선순환구조가 이어져 왔다. 하지만 현재는 경제가 좋지 않다 보니 독립하지 못한 자녀를 나이든 부모가 역부양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학교 졸업 이후 취업을 못해 부모에게 의존하는 20~30대 젊은층을 캥거루족이라고 말한다. 취업을 했더라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30~40대는 신캥거루족이라고 칭한다.

이처럼 은퇴 이후 성인자녀를 부양하는 상황이 연출되면 노후준비자산은 급속하게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60대 이후 부모들은 늙은 염낭거미를 닮아가고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염낭거미는 독거미의 일종으로 새끼가 먹을 것이 없으면 새끼를 위해 제살을 먹이로 주는 습성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은퇴 후에도 성인이 된 자식 뒷바라지를 걱정하고 있는 대한민국 부모들. 어쩌면 가장 중요한 노후대비 재테크는 자녀의 경제적 독립이지 않을까?

4. 가계(家計)

'노후준비를 잘해놓은 사람들의 7가지 충고'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두 가지만 소개하려고 한다. 첫 번째는 '치아관리를 잘해라' 다. 돈이 있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나이가 들면 잇몸은 다 망가진다는 얘기다. 벼락치기로 준비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치아관리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식과 대화하라'다. 자녀와 대화를 더 많이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은퇴자들이 많이 있다. 자식과 대화도 벼락치기로 할 수 없는 것 중 하나다. 영화 '사도(2015년)'에서는 조선의 21대 왕이었던 영조와 사도세자의 관계를 보여준다. 단 한번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사도세자는 영화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내가 바란 것은 아버지의 따뜻한 눈길, 다정한 말 한마디였소"

아버지 영조의 입장은 어떠했을까? 영조는 3가지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노론이 세운 임금이라는 것과 천민의 자식이라는 멍에가 그것이다. 여기에 형 경종을 독살했다는 음모론까지 영조는 늘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서로 다른 삶과 성향을 이해하지 못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비극적인 가족사를 남기게 된 것은 아닐까? 사도를 보면 부모와 자식간의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엿 볼수 있다.

5. 사계(死計)

고령화 시대에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 중에 하나가 바로 노노(老老)상속이다. 이 말은 노인이 된 자식에게 재산을 상속하는 것을 말한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더라도 자신을 부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일본 노인들이 죽을 때까지 자산을 자식에게 증여하지 않으면서 생겨난 신조어다.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2007년)'를 보면 권순분 여사(주인공)는 국밥집을 운영하면서 큰돈은 벌었지만 자식들에게 미리 나눠 주다 보니 모아 놓은 돈이 없다. 자식들은 자산을 받고 그 돈을 흥청망청 쓰기에 바쁘다는 내용이다. 이를 보면 모아둔 재산을 효과적으로 이전할 수 있는 사전계획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김태우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연구위원

국제공인 재무설계사(CFP)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연구위원

경희대학교 (Pension & Finance) 박사과정 수료

보험연수원 연금(은퇴설계) 전문가 양성과정 교수

생명보험협회 사회공헌위원회 위촉 노후설계 전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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