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2월 11일 14: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금융시장에서 건설사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지급보증이 사라지고 있다. 건설사가 짊어지는 리스크에 비해 실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회계처리가 엄격해지면서 은행들도 과거와 달리 건설사에게 PF 지급보증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이에따라 건설사의 역할은 책임준공으로 좁아지고 있는 분위기다.더벨이 11일 5개 대형 건설사(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GS건설·대림산업)의 국내 PF 지급보증액을 합산한 결과, 올해 9월말 기준 6조 8251억 원으로 집계됐다. 중도금과 이주비, 책임준공, 사회간접자본(SOC) 대출 보증은 제외한 수치다. 이는 지난해보다 3.9% 줄어든 금액이다. 건설사 PF 지급보증은 2013년 이후 줄곧 7조 원을 넘었다가 올해 처음으로 6조 원대로 감소했다. 이 기간 동안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5년(7조 9398억 원)과 비교하면 14% 축소된 금액이다. 최근 3년간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주택 사업을 늘려왔던 것을 감안하면 예상치를 벗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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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에서는 4분기가 남아있긴 하지만 올해 5개 대형 건설사의 PF 지급보증액이 7조 원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오히려 향후 PF 지급 보증액이 점차 줄어들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 관계자는 "최근에 신규로 진행하는 PF에는 건설사들이 일절 지급보증을 제공하지 않는다"며 "어쩔 수 없이 PF 지급보증을 제공해도 미분양 우려가 거의 없는 서울 일부 지역에만 국한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대형 건설사들의 PF 지급보증은 수년째 완료하지 못한 장기 프로젝트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사가 이처럼 PF 지급보증에서 발을 빼기 시작한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미분양이 발생해 시행사가 공사비를 주지 못하고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이후 사업 리스크는 건설사가 모두 떠안게 된다. 특히 2010년 이후 인천 영종과 청라, 판교 등지에서 아파트 공급 과잉으로 입주 대란이 일어날 때마다 지급보증을 한 건설사들의 피해가 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시행사가 사업비의 10%만 확보한 채 나머지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해 사업을 추진한다"며 "미분양이 발생하면 영세한 시행사를 대신해 PF 지급보증을 한 건설사가 사업 손실을 짊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엄격해진 회계처리도 건설사가 PF 지급보증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다. 건설사의 PF 지급보증은 우발채무에 포함되며 그 내역도 상세히 공시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올해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서희건설 등에 공시 내용이 부실하다며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은행들도 과거와 달리 건설사에 PF 지급보증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건물 준공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며 "미분양으로 시행사가 공사비를 못 주고 대출 원리금을 못 갚는다고 가정해도 나중에 완공된 건물을 담보로 유동화 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건설사는 책임준공만 약속하고 있다. 철저히 단순 시공사로서의 역할에만 만족하겠다는 의미다. 심지어 중도금과 이주비 대출 과정에서도 지급보증을 제공하지 않는다. 최근 서울 지역의 아파트 중도금 대출이 최소 3.9% 이상으로 상승한 것은 건설사의 지급보증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업체 관계자는 "사실 PF 지급보증은 건설사가 아닌 시행사가 맡아야 하는 역할"이라며 "그동안 영세한 시행사가 워낙 많아 신용등급이 높은 건설사가 이를 대행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자금력이 탄탄해진 시행사가 많아지면서 건설사가 PF 지급보증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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