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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로 넘긴 금융계열, '신동빈의 이유 있는 자신감' 日주주, 호텔롯데·부산호텔 지배...상호 신뢰·기업공개 계획 고려

박창현 기자공개 2018-01-05 10:24:00

이 기사는 2018년 01월 04일 15: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이 금융계열사 지분 정리 문제를 해결할 구원투수로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을 등판시켰다. 자금력이 풍부하고 지주사 체제 밖에 위치한 탓에 각종 규제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다만 양 사는 모두 일본 롯데홀딩스 지배 아래 놓여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과반 주식을 일본 주주들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주주들의 신동빈 회장에 대한 지지가 확고하고, 호텔롯데 기업공개 등 일본 지배구조 재편 큰 그림이 그려진 만큼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최근 지주사 전환 후 처음으로 금융 계열사 지분 거래를 단행했다. 롯데캐피탈과 롯데손해보험이 타깃이었다. 먼저 호텔롯데가 대홍기획과 롯데GRS, 한국후지필름, 롯데상사가 보유하고 있던 롯데캐피탈 지분 총 12.7%를 전량 매입했다. 원래 롯데캐피탈 최대주주(26.6%)였던 호텔롯데는 이 거래로 지분율이 39.3%로 높아졌다.

롯데손해보험 지배구조도 바뀌었다. 대홍기획은 롯데손해보험 보유 지분 16.2%를 모두 부산롯데호텔에 넘겼다. 부산롯데호텔은 롯데손해보험 지분율을 21.6%로 끌어올리면서 호텔롯데(23.68%)에 이어 2대주주에 올랐다.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롯데그룹 금융 계열사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서게 됐다. 양 사 지분을 합하면 롯데캐피탈 지분율이 50%가 넘는다. 롯데손해보험 역시 통합 지분율이 45%에 달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반 지주회사와 그 자회사들은 금융 계열사를 지배할 수 없다. 하지만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공정거래법 규제를 받지 않는다. 롯데지주와 지분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분 정리에 필요한 자금도 풍부하다. 호텔롯데는 현금성 자산만 1조 원이 넘는다. 지배구조 재편을 담당할 최적격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호텔롯데

하지만 반대로 롯데지주의 영향력이 전혀 닿지 않는다는 맹점이 있다. 실제 양 사는 모두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를 받고 있다. 호텔롯데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로 19.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자회사인 'L투자회사'들도 핵심 주주들이다. L투자회사들 보유 지분을 모두 합치면 70%가 넘는다. 사실상 일본 롯데홀딩스의 완전 자회사다.

부산호텔롯데도 마찬가지다. 최대주주(46.62%)는 일본 롯데홀딩스다. 나머지 지분은 L투자회사들이 나눠 갖고 있다. 통합 지분율은 93%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과반 지분을 일본 주주들이 갖고 있다. 의결권 기준으로 종업원 지주회와 임원 지주회가 각각 31%, 6.7%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미도리상사와 패미리, 그린서비스 등 일본 계열사 주주모임인 공영회도 15.6%의 의결권이 있다. 일본 주주들의 의결권 지분을 모두 합치면 53%에 달한다. 과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롯데 오너일가는 가족 회사 '광윤사' 보유분(31.4%)까지 모두 더해도 46.6%에 불과하다. 더욱이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이 지분마저 흩어진 상태다.

액면만 놓고 보면 리스크가 많은 거래일 수밖에 없다. 일본 롯데홀딩스에 대한 지배력이 온전치 못한 상황에서 핵심 금융 계열사들을 일본 측에 넘긴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신동빈 회장의 자신감이 거래 추진 동력이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달 말 '경영비리 사건'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직후 곧바로 일본으로 향했다. 선고 전날 타계한 장인의 장례식을 치르는 한편, 일본 주주 다잡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신 회장과 일본 주주들은 한 배를 탄 파트너다. 경영권 분쟁에서 일본 주주들이 신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확실한 동맹관계가 맺어졌다. 경영비리 재판이 변수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실형을 면하면서 기존 체제가 굳건히 유지되는 모양새다. 그 연장선상에서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롯데지주 지배구조 재편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호텔롯데 지배구조 개선 계획이 수립돼 있다는 점도 거래 리스크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롯데지주는 향후 호텔롯데 기업공개를 단행해 일본 주주 영향력을 크게 낮출 계획이다. 지난해 이미 상장 절차를 진행했지만 검찰 수사 여파로 인해 중단된 바 있다. 현재는 주요 수익원인 면세사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추진 동력이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시기가 문제일 뿐 롯데지주는 호텔롯데 상장을 마무리 짓는다는 입장이다. 신 회장의 복심으로 통하는 황각규 사장도 최근 호텔롯데 상장과 관련해 "때가 되면 한다"는 원칙을 다시금 밝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주주들과 긴밀한 협의가 없었다면 지배구조 재편 거래에 호텔롯데 등을 참여시키지 못했을 것"이라며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 등에 관해 롯데그룹도 적절한 타이밍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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