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1월 17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교체는 항상 껄끄러웠다. CIO는 실무를 챙겨야 하는데 대외적인 호흡도 맞춰야 하다 보니 임기와 관련 없이 바뀌는 자리였다. 교체는 이슈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업무 공백은 항상 우려의 대상이었고 교체 자체가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이번 CIO 교체도 각종 흥미로운 내용의 투서와 이런저런 압박 끝에 나온 공석이었다. 전 CIO의 임기는 내달 15일까지로 사임 당시 7개월이 남아있었다. 부하직원 인사와 관련해 구설수에 오르긴 했으나 정권교체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이해됐다.
하지만 6개월이라는 공백은 이렇게 억지로 밀어냈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 길다. 업계 분위기를 보면 이사장직도 10개월 정도 비어있었던만큼 CIO도 6개월을 넘어 10개월 공백을 맞추려는 듯하다.
그 수는 급격히 줄고 있지만 꾸준히 CIO 하마평은 돌고 있다. 왕년의 자본시장 대통령이라 불리던 자리다. 지난해 11월 이사장이 새로 선임되면서 수장 부재에 따른 리스크는 상당부분 해소됐다. 그래도 인사권자는 의사결정을 내릴 의사가 없어보인다. 지원자 중에 코드를 맞출 만한 인물이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바탕에는 턱없이 부족한 후보 풀(Pool)이 있다. 십 수 명이 CIO 공모에 지원했던 과거와 달리 보상이 없는 자리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지원의사가 없는 이유를 물으면 우스갯소리로 "아이들이 있어서 2년보다는 더 일해야 하거든"이라고 설명한다. 퇴직 후 취업을 제한받는 문제 뿐 아니라 법적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여기에 기금운용본부가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간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국민연금은 CIO 공석 그 자체로 큰 문제다. CIO라는 자리마저 기피하는 기금운용본부의 실무진이 느끼는 처우 문제는 차치하고 말이다. 언제까지나 대행체제로 운영할 수 있는 조직이었다면 CIO라는 보직은 애초에 생기지도 않았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기금적립금(운용자산)은 618조 원이다. 적립금은 4년 뒤 1000조 원을 돌파한다. 자산배분과 운용에 관한 장기적인 전략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연금은 세금이 아니라 다시 가입자에게 현금으로 직접 돌려줘야 하는 돈이다. 정치적, 지역적 코드에 흔들려도 되는 대상이 아니다. 마땅한 인물을 모시기 힘들다면 관련한 대우를 개선하려는 노력이라도 보여야 하는 시점이다. 국민연금 CIO라는 자리는 책임만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헌신과 애국심으로 동기부여를 받은 우수한 인재가 나타나 업무를 맡아줄 것이라는 기대는 실현 가능한, 혹은 실현되더라도 지속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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