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넘은 호반건설, '풋옵션·인수금융' 과제 [대우건설 M&A]1.3조 절반 조달, 계열사 동원 가능성…잔여지분 인수價 이견 관건
김장환 기자공개 2018-01-23 14:45:16
이 기사는 2018년 01월 22일 11: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 문턱을 넘었다.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데다 산업은행이 호반건설 측에서 제안한 지분 분할 인수 방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 결과는 오는 26일 나온다.다만 대우건설 인수를 확실히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호반건설이 아직까지 넘어야 할 관문이 몇 개 남아 있다. 인수자금 적정성 증빙을 비롯해 산업은행과 추가적으로 맺어야 하는 잔여 지분 인수 협상이다. 한 가지라도 자칫 '삐끗'하면 대우건설 인수전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금융 조달을 위해 국내 다양한 금융사를 접촉 중이다. 항간에는 호반건설이 우리은행과 단독으로 대우건설 인수금융 조달을 협상 중이란 얘기도 있었으나 이외에 다양한 금융사들과도 관련 논의를 동시에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호반건설은 외부에서 조달할 인수금융 규모를 정확히 산정하지는 못한 상태다. 다만 최근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리솜리조트 인수자금 2000억 원 역시 집행해야 하고, 또 유동성 규모 등을 볼 때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상당수 자금을 외부에서 끌어와야 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호반건설이 산업은행에 제시한 대우건설 지분 40% 인수 희망가는 1조 3000억 원 규모다. 2016년 말 기준 호반건설이 보유 중인 유동성은 6000억 원 남짓이고 현 수준도 7000억~8000억 원 안팎이 거론되고 있다. 대우건설 인수 자금 1조 3000억 원의 절반 넘는 대금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할 수도 있다.
금융권 인수금융(Loan)과 함께 계열사들을 끌어들여 대우건설 인수자금을 마련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호반건설은 종속회사로 호반하우징, 우방이엔씨, 울트라건설 등 9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외에 지분 12.6%를 확보한 주요 주주로 자리잡고 있는 호반건설주택도 별도로 스카이리빙과 스카이주택 등 계열사를 갖고 있다.
이들 계열사가 대우건설 인수전에 동원되면 호반건설이 외부에서 조달해야 할 자금 규모가 크게 줄어들 수도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에 '계열사 자금동원 금지' 등 조건을 걸어 놓지는 않았다. 다만 이 경우 외부 자금 조달로 인한 차입금 압박이 계열 전반으로 부담을 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인수금융을 어떤 방식으로 조달할지 아직 확정하지 않았고 국내 다양한 금융사들과 논의를 벌이고 있다"며 "계열사를 끌어들일지 여부도 아직까지 확실히 정해진 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과 향후 맺어야 할 대우건설 잔여지분 풋옵션 계약도 대우건설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호반건설 입장에서는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게 관건이지만 산업은행이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물론 없다.
호반건설은 산업은행이 들고 있는 대우건설 50.75% 지분 중 40%를 선인수하고 나머지 10.57%는 2~3년 후에 매입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지분을 들고 있는 KDB밸류제6호 사모펀드(PEF)에 잔여 지분 몫에 대한 대금 납입을 미루는 방식으로 거래 구조가 짜여질 전망이다.
산업은행과 호반건설은 안전장치로 잔여 지분 인수를 위한 풋옵션 계약을 맺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에 세부적인 조건을 조율해 계약을 맺기로 했다. 호반건설은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잔여 지분 10.75%를 2~3년간 쥐고 가는 대가로 이를 시장 가격에 상관 없이 얼마에 사들일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산업은행이 호반건설의 지분 분할 인수 제안을 받아들인 건 향후 대우건설 주가가 정상화된 후에 잔여 지분을 매각하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점을 주목해야 한다. 산업은행이 평균 1만 3000원에 매입한 대우건설 주식은 최근 주당 6000원 선에 머물러 있다. 호반건설이 40% 지분 인수 가격으로 산정한 가격은 주당 7600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잔여지분 10.75%를 주당 7600원 선으로 잡으면 3000억 원 가량이지만 1만 3000원으로 책정하면 5000억 원을 넘어선다"며 "호반건설과 산업은행이 생각하는 잔여 지분 인수가격 갭이 크면 풋옵션을 맺기가 어려워져 대우건설 인수 최종 계약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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