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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시장 성장 한계…매출 정체 고착화 [신평사 인력 구조조정]① 신규 발행사 축소, 만기 장기화 여파 …고강도 자구책 배경

양정우 기자공개 2018-01-30 11:37:56

이 기사는 2018년 01월 26일 10: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신용평가사가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대규모 본부장급 인사를 단행한 한국기업평가를 필두로, 한국신용평가도 희망퇴직 실시 등 몸집 줄이기에 돌입했다. 그들의 주 무대인 국내 회사채 발행 시장이 성장 정체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회사채 평가 수수료가 주 수입인 신용평가업계 역시 구조적으로 정체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회사채 만기 장기화로 차환 수요가 줄어 든 것도 영향이다. 주 수익원 중 하나인 구조화금융도 각종 규제로 정체 상황에 봉착했다.

우리나라 회사채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의 신용공급 축소(Deleveraging) 물량을 흡수하며 고속 성장했다. 하지만 양적 팽창의 과도기가 지나자 발행 시장의 가파른 성장 추세는 눈에 띄게 둔화됐다. 이제 시장의 전체 볼륨은 100조원 안팎에서 굳어지는 형국이다.

◇ 수년 째 발행 물량 '쳇바퀴'…대기업 위주 발행 시장 '한계'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회사채 발행 규모는 105조 39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반 회사채(SB, 41조 8790억원)와 금융채(FB, 48조 4590억원), 자산유동화증권(ABS, 15조 550억원)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물론 지난해 발행 규모는 암흑기였던 2016년(85조 9840억 원)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회사채 발행 100조 원 시대는 이미 2012년(101조 790억 원)에 열렸었다. 국내 발행 시장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사실상 80조~100조원 밴드 안에서 등락을 반복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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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회사채 시장은 대기업 위주의 기업금융시장으로서 한계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일반 회사채 물량은 대기업의 발행량이 전체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수천억 단위의 회사채가 주를 이루는 시장인 만큼 중소기업의 접근이 쉽지 않다. 신규 발행사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 점도 매출 감소의 요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회사는 어느 정도 한정될 수밖에 없다. 구조적인 처방이 없다면 회사채 발행 시장은 당분간 100조원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 신용평가사 매출도 정체 상태…2010년 초반 정점 찍고 '내리막'

회사채 발행 시장의 정체는 신용평가사의 성장 정체로 직결된다. 신용평가사는 신용등급을 결정하기 위해 특정 유가증권과 발행사의 신용도를 분석하는 용역을 제공한다. 등급을 매겨주는 대가로 받는 수수료가 주요 수입이다. 신용평가 비즈니스는 매출 규모가 회사채 발행량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국내 신용평가사의 매출 규모는 2010년 초반에 정점을 찍었다. 연간 실적 기준 한국신용평가는 2012년(350억원), 한국기업평가는 2011년(2011년 9월~2012년 10월, 491억원), 나이스신용평가는 2012년(355억원)에 각각 최대치를 달성했다. 국내 회사채 시장이 100조원 대를 돌파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그 뒤 신용평가사의 매출 규모는 서서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의 매출 규모는 각각 322억 원, 428억 원으로 감소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340억 원으로 줄어 들었다. 그나마 모두 2013년~2014년보다 다소 회복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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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평가의 2012년 매출액은 10~12월 실적. 2010년은 2010년 10월~2011년 9월, 2011년은 2011년 10월~2012년 9월 실적.

한 신평사 임원은 "한국의 채권시장은 발행사가 투자적격등급 이상의 등급을 가진 회사로 한정돼 있고 투기등급 이하 채권의 발행은 제한돼 있다"며 "신규 평가 대상 금융상품이 대거 등장하지 않는 한 성장 정체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신용평가사는 1980년 대 후반부터 평가 업무를 개시해 왔다. 회사채 시장의 양적 팽창 시기엔 앞다퉈 인력 확충 등 투자를 단행했었다. 매출 감소 속에서 인건비 등 투입해야 할 고정비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성장 정체를 해소해야 하는 경영진은 인력 구조조정을 하나의 선택지로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올 들어 한국신용평가는 명예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했고, 한국기업평가도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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