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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지배구조에 도움안되는 액면분할 왜? 주가 상승 시 지주사 전환· 지분 승계에 불리…헤지펀드 입김 축소 해석도

이경주 기자공개 2018-02-01 08:11:31

이 기사는 2018년 01월 31일 14: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액면분할 분할을 결정했다. 유통주식수가 50배로 늘어나는 대신 한 주당 가격이 260만원 대에서 5만 원대로 떨어진다.

증권가에선 액면분할 기업의 주가가 상승했다는 점을 들어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상승을 점치고 있다. 개인투자자와 중소 펀드들의 진입이 용이해지면서 주식 수요 확대가 가능하다.

삼성전자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로 삼성전자는 주주들과 이익을 공유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주주 환원 정책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일가에겐 이번 결정이 불리해질 수 있다. 이 부회장은 부친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물려 받아야 하는 데 현재로써도 이미 12조 원에 달한다. 추가 주가 상승이 이뤄질 경우 관련 주식을 물려 받는 과정에서 세금 부담이 더 커진다. 이번 결정은 이 부회장이 직접 최종 결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에게 불리한 결정을 스스로 내린 셈이다.

이미 백지화를 선언을 했지만 추후 지주사 전환을 다시 추진한다면 이번 액면 분할 결정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지주회사 전환을 하려면 삼성전자 주가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삼성물산 주가를 높게 유지해야 한다.

일각에선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공격하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전자, 액면분할로 주주 환원…실익은 많지 않아

삼성전자는 31일 유통주식수 확대를 위해 1주당 액면가액을 5000원에서 100원으로 분할한다고 밝혔다. 발행주식 수는 기존 1억2838만주에서 64억1932만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현재 260만 원 수준인 삼성전자 보통주 주가는 5만 원 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이날 진행된 IR에서 노희찬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은 "지난해 삼성전자 주가가 실적개선과 주주환원에 힘입어 상승하며 액면분할 의견이 크게 늘었다"며 "이번 액면 분할이 투자자 저변 확대, 유동성 증가 등 주식 거래에 따른 기업 가치 증대에 일부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같은 호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이 액면분할을 하면 통상 주가 상승이 동반된다. 비싼 가격 때문에 진입하지 못했던 투자자 수요가 새롭게 생기기 때문이다. 액면분할 후 주가가 크게 급등한 애플이 대표 사례다.

삼성전자가 실질적으로 주가를 올려야 할 이유는 없다. 주가의 인위적인 부양이 필요한 기업은 유상증자를 앞두고 있거나 주식 매각 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증자 필요성이 거의 없다.

지배구조에도 부담이 된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에겐 불리한 효과가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율이 0.57%에 불과하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의 보유 지분을 물려 받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건희 회장의 지분은 3.38%로 30일 종가 기준 지분가치는 12조4138억 원에 이른다. 상속세를 단순 계산해도 6조 원이 훌쩍 넘는다. 액면분할로 주가가 높아지면 상속세 부담은 더 커진다.

이번 액면분할은 이재용 부회장이 최종 의사 결정을 내렸다. 재판 중인 이 부회장이 상속과 지배력 문제를 기업경영에 연결시킬 의도가 없음을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뇌물공여 혐의로 5년 실형을 선고 받았으며, 이에 항소해 다음달 5일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최종 철회하긴 했지만 지주사 전환을 다시 검토한다면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은 부담스럽다. 삼성은 앞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했다. 2016년 11월 지주회사 전환을 포함해 최적의 지배구조 마련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제안했고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뉘고 지주회사를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예상했다.

이같은 시나리오를 현실화하려면 삼성전자 주가는 낮게 유지되고 삼성물산 주가가 높은 상황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분율(0.57%)은 미미한 반면 삼성물산 지분율은 17.08%에 달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가치가 높아야 이 부회장은 합병회사 지분을 보다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이번 액면분할로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이미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지난해 2월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수감되자 같은 해 4월 지주사 전환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이번 액면분할은 지주사 재추진 가능성에 대한 일말의 기대까지 없앤 것으로 볼 수 있다.

◇외국계 헤지펀드 전횡 막을수도

일각에선 외국계 헤지펀드의 경영 간섭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헤지펀드들은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해 배당 확대를 요구하거나 지배구조 재편, M&A 등에 간섭해 주가를 띄우고 차익을 챙겨 떠난다. 단기 차익에만 집중한다는 점에서 기업에 부담을 줄 때가 많다. 삼성전자 경영에 간섭했던 엘리엇과 같은 헤지펀드(hedge fund)가 대표적이다.

엘리엇은 2016년 10월 삼성전자에 보낸 주주제안 서신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 뒤 지주회사와 삼성물산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단순화 △30조 원 특별 현금배당 실시와 향후 잉여현금흐름(FCF) 75% 주주 환원 선언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나스닥 상장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모두 최소 3인의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을 요구했다.

상법 제542조의6(소수주주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같은 대규모 상장사 소액주주들은 지분율이 0.5% 이상일 경우 주주총회에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상법에 따라 주주제안을 이사회에서 논의하고 주주총회에서 목적사항으로 다뤄야 한다. 당시 엘리엇은 계열사를 통해 삼성전자 지분 0.62%를 보유하고 있어 주주제안이 가능했다.

삼성전자는 엘리엇 제안을 일부 수용하는 선에서 사안을 마무리 지었다. △지주사 전환 검토 △배당확대 △글로벌 CEO출신 사외이사 1인 선임 등이다.

액면분할이 되면 개인투자자와 중소 펀드들의 유입으로 주주 분포가 넓고 다양해진다. 액면 분할로 엘리엇과 같은 헤지펀드들 지분율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이나 소형 펀드들의 삼성전자 투자가 많아지면 제2의 엘리엇이 등장할 가능성은 기존보다 적어진다.

물론 이 경우 주주총회 등에서 개인 주주들의 의견 개진 등으로 더 복잡하고 다양한 의사가 회사에 전달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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