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길' 글로벌세아, M&A로 보수 탈피 시동? [변혁기 의류 OEM분석②]잉여금만 3000억, 동부대우전자·STX 등 관심 '이례적 행보'
김기정 기자공개 2018-02-05 08:21:37
[편집자주]
섬유산업은 오늘날 한국경제를 일군 씨앗이다. 옷과 신발을 직수출하는 업태는 변화를 거듭했지만 여전히 수출 경제의 한 축을 이끌고 있다. 옷을 만들던 작은 공장들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의류 OEM사'로 재탄생했다. 그러나 상표가 없는 OEM업체는 외형에 밀려 그동안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단순 하청을 넘어 종합의류기업 등 변신을 꿈꾸는 숨은 주역들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1월 31일 16: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세아는 최근 동부대우전자와 STX 기업 입수합병(M&A) 시장에 잇달아 등장해 주목받았다. 보수 색채가 짙은 글로벌세아는 사업 영역 역시 본업을 크게 벗어난 적이 없다. 하지만 사업 다각화 의지가 큰 만큼 탄탄한 자본력을 밑바탕 삼아 M&A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글로벌세아는 본업인 OEM에 집중해온 곳이다. 패션회사로 입지를 넓히길 원하거나 업태가 동 떨어진 회사를 사들여 외형을 확대하고 성장동력을 찾는 경쟁사와 다르게 외길을 고수했다. 2016년 말 기준 종속기업 17개사 중 인디에프(브랜드 의류), 에스앤에이(골프웨어) 등 2곳을 제외한 전부는 의류봉제, 임가공, 염색 등을 영위하는 해외 생산기지다.
지주사 글로벌세아 매출액 중 OEM 사업회사 세아상역이 창출하는 매출 비중은 막대하다. 2016년 세아상역 매출액은 1조 6217억 원으로 글로벌세아 매출액(1조 9263억 원)의 84%에 달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두 회사가 거의 비슷하다. 그룹 전체의 수익을 세아상역이 전담하고 있는 셈이다.
티어(tier)그룹 영원무역홀딩스의 경우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가 든든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브랜드 경쟁력 하락으로 수익성이 하락하기는 했지만 2016년도에도 영원무역홀딩스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창출했다. 한세실업은 일찍이 인터넷 도서업체 예스24를 인수해 다각화에 성공했다. 한세예스24홀딩스 매출액의 30% 가량이 한세실업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에서 나오고 있다.
보수적이었던 글로벌세아의 기조는 최근 급변했다. 지난해 하반기 동부대우전자와 STX M&A 딜에 잇달아 참여했다. 표면적으로 두 회사 모두 의류사업과 거리가 상당히 먼 곳들이지만 의외로 산업 연관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동부대우전자의 경우 중남미 지역 매출 비중이 3분의 1 수준이다. 글로벌세아의 해외 생산기지가 몰려있는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니카라과 등과 지역이 겹친다.
글로벌세아 관계자는 "STX는 무역업을 영위하기 때문에 좀 더 관심 있게 들여다 본 게 맞다"고 설명했다.
최근 행보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전까지 글로벌세아가 대단위 인수합병에 뛰어든 경험은 전무하다. 본업 성장세가 더뎌지자 새로운 동력을 찾기 위해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세아는 꽤 두둑한 실탄을 가지고 있다. 2016년 말 기준 1300억 원에 가까운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미처분 잉여금은 3000억 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력이 뒷받침 되고 다각화 의향이 있다는 점이 시장에 충분히 전달된 상황"이라며 "예전부터 재무구조가 우수한 대표적인 알짜 비상장사로 거론돼왔기 때문에 기업공개 등의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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