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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혈주의 넘어선 CJ그룹 [thebell note]

박상희 기자공개 2018-02-14 08:07:50

이 기사는 2018년 02월 13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샐러리맨의 최종 목표는 몸 담고 있는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것으로 종종 인식되곤 한다. 실제로 혈혈단신 월급쟁이 직원이 CEO에 올랐을 때 '샐러리맨 신화를 썼다'고 칭송 받는다. 여기엔 오랜 기간 회사에 몸 바쳐 일했다는 '로열티'와 공채 몇기 출신이라는 '순혈주의'가 필요충분조건으로 따라붙는 경우가 많다.

1990년대 중반 삼성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되면서 출발한 CJ그룹은 이와는 상반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주요 계열사 CEO 가운데 '정통 CJ맨'으로 분류되는 인물은 거의 없다. 대부분 CJ그룹과는 상관없는 곳에서 일하다 인연이 닿아 입사한 후 임원으로 승진하는 커리어를 보여주고 있다.

신현재 CJ제일제당 대표는 2000년 CJ오쇼핑 경영기획팀장으로 입사했다. CJ푸드빌 구창근 대표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다 2010년 CJ그룹에 전격 합류했다. 지주사 CJ㈜의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는 경영전략총괄을 이끌고 있는 부사장단도 상당수 외부 출신이다.

그룹의 모태 CJ제일제당도 개방성과 포용성을 자랑한다. 경쟁사인 대상 출신 BIO연구소장을 영입해 대표이사로 키워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년 간 장수 대표이사를 지낸 김철하 CJ기술원장(부회장) 얘기다. CJ㈜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채욱 부회장은 2013년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영입된 케이스다.

CJ는 그룹의 경영전략과 계열사 CEO 자리를 과감하게 외부 출신 인물에 맡기는 혁신을 보여주고 있다.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국내 재계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이는 식품기업으로 출발해 미디어·엔터테인먼트·유통·물류·바이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불가피하게 외부 수혈이 필요했던 측면이 있다. 한편으로는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지 않고 정통CJ맨들과의 소통과 융합을 이끈 열린 조직문화가 바탕이 됐다.

CJ는 최근 '세계인의 문화를 만들어 갑니다'라는 표현을 캐치 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다. 문화란 음악·미술·전시·영화·문학 등의 협의의 개념과 사회 구성원인 인간에 의해 습득된 무형의 총합체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더구나 전 세계를 무대로 한다니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것을 받아들이는 포용과 관용의 자세가 기본이 될수밖에 없다.

CJ가 국내 대기업집단 순위 20위권의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비단 순혈주의를 타파한 개방성과 열린 조직문화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실력 있는 인재를 발굴, 기용하고 이들을 리더로 키워내는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가 기반이 됐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지배구조 개편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 △CJ헬스케어 매각 등 지난해 11월 정기 임원 인사 이후 CJ그룹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사업 재편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다. 이를 이끄는 주역은 순혈주의 벽을 넘어선 CJ의 뉴 리더들이다. 그룹의 비전인 그레이트 CJ, 월드 베스트 CJ 실현 여부가 그들의 어깨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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