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KB금융 지분 제휴 가능성은 접촉 가능성 거론…"이해득실 첨예,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
신수아 기자공개 2018-02-19 14:13:11
이 기사는 2018년 02월 13일 17: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생명보험사 강화를 고심하는 KB금융지주와 기업공개(IPO)를 두고 전략적투자자(FI)의 압박을 받고 있는 교보생명의 중장기적인 연합전선 구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KB금융지주가 FI가 보유하고 있는 교보생명의 지분을 디딤돌로 장기적으로 생명보험부문 강화에 나설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IPO 없이는 FI의 엑시트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교보생명 역시 맞손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KB금융지주는 공공연히 생명보험사 인수 의사를 밝혀왔다. 지난해 열린 KB금융지주의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이재근 당시 KB금융지주 상무(CFO)는 "(그룹 내에서)생명보험부문이 약해 생명보험사 매물을 적극 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진행된 2017년 실적발표회에서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가 나왔다. 김기환 KB금융지주 전무(CFO)는 "당장 (인수를) 추진하지 않지만 재편과정에서 좋은 매물 나오면 고려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생보시장을 주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단기간 내 M&A 시장 출회 가능성이 가장 높은 매물은 KDB생명과 ING생명이다. 다만 KDB생명은 자본적정성이 열위하고 시장 점유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ING생명은 앞서 KB금융지주가 한 차례 태핑했던 매물로 현재는 사모펀드(PE)가 보유하고 있다. 과거 대비 높게 치솟은 가격이 발목은 잡는 다는 평가다. 김 전무는 앞서 "(생보사 인수와 관련해) 적정가격과 자산·부채 건전성, 자본적정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이라며 "무엇보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 개선에 도움이 되는 매물을 우선적으로 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KDB생명과 ING생명 모두 KB금융지주의 필요에 부합하지 않는다.
◇KB금융지주·교보생명 '윈-윈' 시나리오?
일각에서 KB금융지주와 교보생명의 교집합을 거론하는 이유기도 하다. 생보업계 빅3로 꼽히는 교보생명의 지난해 3분기 ROE는 9.27%로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데다 지급여력비율은 255.6%로 높은 수준이다. 자본적정성은 물론 대외신인도도 우수한 생보사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KB금융지주가 교보생명의 FI지분을 우선 인수해 단계적으로 협업체계를 구성하고, 교보생명 역시 IPO를 둘러싼 지리했던 줄다리기를 끝내고 FI가 엑시트에 나서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KB금융그룹과 교보생명의 공식적인 접촉은 확인되지 않았다.
교보생명의 주주 구성은 상대적으로 복잡하다. 대주주인 신창재 회장을 제외하고 10여개의 FI가 지분을 나눠들고 있는 구조다. 그 중 지난 2012년 당시 경영권 우호 지분으로 참여한 어피너티컨소시엄이 교보생명 지분 약 24%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IPO에 대한 필요성이 가장 큰 FI로 꼽힌다. 사모펀드운옹사들의 투자 사이클을 고려했을 때 예상 회수 시점은 상당히 지연된 상태다. KB금융지주가 바로 이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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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는 이미 한 차례 옛 LIG손해보험 인수를 통해 순익 기준 국내 1위의 금융지주사로 발돋움했다.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였던 신한금융지주를 단숨에 뛰어넘는 성과로 이어졌다. 실제 2017년 말 기준 KB금융지주의 지배기업지분순이익은 3조3119억원으로 신한금융지주 2조9179억원을 넘어선다. 간단히 계산해 만약 교보생명의 지분 24%를 인수하면 KB금융지주는 약 1200억 원의 지분법평가이익이 추가로 발생하고, 여기에 매년 약 200억원의 배당이익을 얻게된다. 가까스로 차지한 리딩뱅크의 입지를 다지는데 도움이 된다.
앞선 관계자는 "교보생명의 IPO는 새로운 회계제도와 자본 규제 도입에 따라 자본 확충의 변수가 발생할 수 있어 한참 지연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보유기간이 길어질 수록 투자 수익률이 떨어지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KB금융지주가 전략적투자자로(SI)로 나서준다면 가격협상에 나설 수 있으리라는 관측이다"고 덧붙였다. 리딩뱅크 수성을 노리는 KB금융지주와 FI와 얽힌 실타래를 풀고 싶은 교보생명의 필요가 맞물릴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교보생명은 금융회사로 분류된다. 금산분리 규제에 따라 국내에서 교보생명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주체는 금융지주사나 사모펀드 등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의외의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현 가능성 예단 어려워…이해득실 '첨예'
하지만 실현 가능성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해당 지분엔 '경영권'이 없다. 교보생명과 충분한 사전 교감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경영 참여나 협업을 통한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
KB금융그룹 고위 관계자는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경영권 없는 지분을 인수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생보사 인수 플랜은 국내 여타 지주사와의 경쟁 구도가 아니라 KB금융지주의 성장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KB금융지주는 지난 이스트웨스트은행 지분 인수전에서 경영권 없는 지분 인수에 의구심을 나타내며 불참한 바 있다.
가격도 문제다. 지난 2012년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지분을 인수할 당시 총 가격은 약 1조2054억원, 주당 약 24만5000원 선에서 거래됐다. KB금융지주는 ING생명의 인수를 태핑할 당시 2조원 초반대 가격에 부담을 느껴 한 발 물러난 전례가 있다. 회사의 규모와 경쟁력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을 감안해도 경영권 없는 지분에 수조원의 비용을 투입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현대증권 인수전에서는 22%의 지분과 '경영권'을 약 1조24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특히 교보그룹을 이끌고 있는 신창재 회장에게 KB금융지주의 참여는 위협적일 수 있다. 아직 60대의 신 회장은 경영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FI 입장에서) 가격 메리크가 크지 않고 자칫 오너와 각을 세울 수 있다는 인상을 준다면 이는 일견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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