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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량 1위' 넥스틸, 비상경영체제 돌입 [미국發 통상 압박]관세율 최고수준, 수출시장 다변화·공장 美 이전 등 검토

심희진 기자공개 2018-02-22 08:27:21

이 기사는 2018년 02월 21일 14: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넥스틸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미국의 통상 압박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넥스틸은 국내 기업 중 미국에 유정용강관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곳이기 때문에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율이 인상될 경우 막대한 경영 손실을 입는다. 미국의 고강도 수입규제안에 대해 넥스틸이 어떤 대응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1990년 1월 설립된 넥스틸은 ERW(전기저항용접) 전문 제조회사다. 천연가스 채취 가스정 굴착에 필요한 케이싱(casing), 튜빙(tubing) 파이프 등의 유정용강관(OCTG)을 제조해 전 세계에 판매하고 있다. 경상북도 포항, 경주 등에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의 연간 생산능력은 71만6000톤이다.

2007년까지만 해도 매출액은 1000억원 안팎, 영업이익은 30억~40억원이었다. 당시 넥스틸은 주로 국내 영업에 집중하면서 3%대 영업이익률을 유지했다.

변곡점을 맞은 건 2008년이다. 넥스틸은 성장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 이를 위해 앞서 2007년 2월 미국석유협회(API)로부터 유정용강관 제조 자격을 따냈다. 유정용강관의 경우 API가 제정한 규격에 맞춘 제품만 생산 및 판매가 가능하다. API 5CT, API 5L, ISO 9001:2000 등의 품질 인증을 획득한 넥스틸은 미국 시장에 유정용강관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해외 수출이 본격화된 후 실적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2008년 처음으로 매출액은 2000억원대를, 영업이익은 100억원대를 돌파했다. 자산총액도 전년보다 41% 늘어난 1700억원을 기록했다.

넥스틸 관계자는 "설립 초기엔 작은 철강제품 유통·가공업체였지만 2000년대 들어 파이프 생산을 시작하고 2007~2008년 미국 유정용강관 시장 진출을 타진하면서 덩치를 키웠다"며 "현재 전체 매출의 70%가 수출에서 나오고 이 중 미국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라고 말했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정책으로 유정용강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2012년 미주법인(NEXTEEL AMERICA)을 설립했다. 그 해 6월에는 넥스틸큐앤티(NEXTEEL Q&T)를 세워 고강도 유정용강관 생산 작업에 착수했다. 넥스틸큐앤티는 전기를 사용해 강관을 여러 번 가열함으로써 이를 단단하게 만드는 열처리 전문업체다.

성공적인 해외 진출로 넥스틸의 실적은 꾸준히 개선됐다. 2011~2013년 4000억원대였던 매출액은 2014년 6304억원으로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2011~2013년 160억~180억원에서 2014년 503억원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자산총액도 설립 이래 처음으로 3000억원대를 넘어섰다. 현지 영업망 확장에 주력한 넥스틸은 국내 기업 가운데 유정용강관 부문 대미 수출량 1위 업체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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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미국 상무부가 2014년 7월 넥스틸 등 국내 강관사에 반덤핑 관세를 매기면서 시작됐다. 당시 넥스틸은 9.89%의 관세율을 부과받았다. 이후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4월 1차 연도(2014~2015년) 연례재심 최종판정에서 넥스틸에 대한 관세율을 24.92%로 올렸다. 2차 연도(2015~2016년) 연례재심 예비판정에서도 넥스틸은 46.37%의 관세율을 맞았다.

미국 정부의 수입 규제로 유정용강관 수출이 어려워지자 넥스틸은 보유 중인 생산라인 5개 중 1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판매량 감소와 더불어 유가 하락으로 셰일가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자 2015~2016년 매출액은 2000억원대로, 영업이익은 100억~120억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넥스틸 관계자는 "1차 연도 연례재심 최종판정 직후 미국 상무부가 PMS(특정시장상황) 조항을 무리하게 적용했다고 판단해 국제무역법원(CIT)에 소송을 제기했다"며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중반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작업에 착수하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4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한국과 중국·브라질·베트남 등 12개국 제품에 최대 53%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모든 수출국가의 물량을 2017년 대비 63%로 줄이는 방안 △모든 철강제품에 일괄적으로 24%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중 한 가지를 채택해 발효할 예정이다.

넥스틸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전사적으로 원가절감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물론 생산라인 해외이전, 수출시장 다변화 등의 추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으로 공장을 옮길 경우 텍사스주 휴스턴 지역이 현지 거점으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넥스틸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캐나다, 일본 등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 현지 고객사들과 접촉하고 있다"며 "현재 생산공장이 모두 국내에만 있는데 이 중 일부를 미국 현지로 이전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상 경영체제 하에 내부적으로 모든 비용을 최소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큰 그림으로 여러 개의 대응 시나리오를 짜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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