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4월 13일 16: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참여연대가 현대차그룹의 출자구조 개편 방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당사자인 현대차그룹과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참여연대가 제기한 몇가지 의문점 중에서 분석의 근거나 기준에 일부 오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12일 '현대글로비스·모비스 분할합병비율 적정성 검토 보고서'를 발표했다.

참여연대 주장의 핵심은 두 가지다. 현대모비스 분할법인의 기업가치 평가가 부적절하고, 분할법인과 합병법인에 대한 평가를 동일한 회계법인이 수행한 것은 이해상충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개편방안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현대모비스를 분할하고 분할 사업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한다. 정몽구·정의선 부자는 통합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처분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한다. 이를 통해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사업부문 중 국내 모듈 및 A/S 사업부문을 분할키로 했다. 해외 핵심부품 사업부문과 해외 투자회사 부문은 존속된다.

참여연대는 현대모비스의 분할비율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분할되는 모듈 및 A/S 부문의 영업이익과 합병 후 영구성장률 등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참여연대는 "현대모비스 분할법인의 영업이익이 최근 3년 현대모비스 전체 영업이익 중 94.9%를 차지하는 등 대부분 영업이익이 분할법인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분할법인과 존속법인의 영업이익률을 비교해보면, 최근 5년간 분할법인의 영업이익률은 10%를 초과했으나 존속법인의 영업이익률은 2016년 0.8%, 2017년 0.7%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이를 기초로 "현대모비스 존속법인과 분할법인의 본질가치 비율은 (삼일회계법인이 평가한) 60:40이 아닌 35.7:64.3로 계산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참여연대의 이 같은 분석은 기본전제에 오류가 있다. 현대모비스의 분할법인은 별도 재무제표상의 영업이익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존속법인은 해외법인 등이 포함되기 때문에 연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실제로 현대모비스 연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분할법인의 최근 3년간의 영업이익 비중을 계산해보면 66% 수준에 그친다.

*자료 = 현대모비스 감사보고서, 연결 감사보고서, 삼일회계법인

현대모비스 분할법인의 수익가치 측정과 관련해 참여연대는 "2018년 A/S 부품사업부 매출액이 거꾸로 2017년 대비 2.2%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면서 "합병 후 갑작스럽게 매출액이 감소하는 것에 대한 합리적인 추정 근거를 평가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현대모비스 A/S 부품 사업의 매출 구조에서 환율이 차지하는 영향을 감안하지 않은 주장이다. 또 작년 현대기아차의 리콜로 인해 발생한 일시적 매출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오류로 보인다.

동일한 외부 평가기관이 분할법인과 합병법인을 평가해 이해상충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자의적인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두 거래당사자의 분할합병비율을 동일 회계법인이 평가하는 것은 금융감독원의 외부평가업무에 관한 가이드라인과 공인회계사 윤리규정 상 이해상충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면서 "이를 승인한 양사 이사회 결정의 신뢰도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참여연대가 이해상충 논란의 근거로 둔 금감원의 '외부평가업무 가이드라인'은 2014년 폐지된 기준이다. 가이드라인 자체에도 동일한 평가기관의 평가 업무 수행을 금지하는 내용도 존재하지 않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부평가업무 가이드라인은 2014년 그림자 규제를 없애는 과정에서 없어졌다"고 전했다.

로펌 관계자는 "통상 분할합병 과정에서는 한 개의 외부 평가기관을 이용한다"면서 "분할과 합병에 대한 평가를 별도의 평가기관에 맡겼을 때 의견이 갈리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