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4월 23일 0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프리미엄 식품 배송으로 유명한 '마켓컬리'의 운용사 더파머스에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더파머스 측에 구조, 금액 등 투자 조건을 전달한 상태다.사실 더파머스의 프리IPO는 기존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었다. 재투자를 확정한 주요 벤처캐피탈들은 투자 집행을 위한 마지막 단계인 내부 투자심의위원회까지 마무리한 상태였다.
하지만 뒤늦게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투자 대열에 끼어 들며 전체 판을 뒤 흔들었다. 그 동안 합의한 투자 방식이 아닌 새로운 조건을 제시했고 단순 투자 참여가 아니라 기존 주주들의 엑시트가 필요한 구주 인수 조건이 포함됐다.
기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다 된 밥상에 단순히 숟가락을 얹는 게 아니라 아예 새로운 단독 밥상을 들이밀자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현재 더파머스는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투자 확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의 주력 활동 무대인 사모투자 시장에서는 몸값 올리기 경쟁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최근 들어 급격하게 불어난 유동성 때문에 자금력에 기반한 힘의 논리가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상도의라는 표현은 그들에게는 진부하게 들리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벤처캐피탈 시장은 다르다. 여러 벤처캐피탈이 한 곳의 기업에 십시일반 형태로 투자하는 이른바 클럽딜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상대적으로 실패 확률이 큰 벤처기업에 큰 금액을 투자하기 위해 거치는 일종의 리스크 회피 장치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를 바라보는 벤처캐피탈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그래서다. 더군다나 또다른 해외 투자기관에서 더파머스에 투자 제안을 다시 해 와 자연스레 앵커에쿼티에 대한 더파머스의 관심도 멀어지고 있다.
최근 기업들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벤처캐피탈과 PE의 영역은 사실상 붕괴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투자 대상 기업을 바라보는 각자의 관점과 사후관리 전략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한다면 아무리 큰 펀드를 갖고 있고, 다양한 구조로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대형 PE 하우스라도 벤처캐피탈이 갖고 있는 전통적인 영역에 대한 존중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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