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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 책임준공신탁, 신탁시장 판도 흔든다 1분기 500억 수주, 연 2000억원 전망…차입형·관리형 신탁시장 잠식해 나갈듯

이상균 기자공개 2018-04-26 12:15:00

이 기사는 2018년 04월 23일 14: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년 전 시장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책임준공형 관리신탁 상품(이하 책임준공 신탁)이 수주 규모를 급격히 늘리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차입형 토지신탁에 비해 신탁사가 짊어지는 리스크가 적은 대신, 관리형 신탁에 비해 보수가 더 많다는 것이 장점이다. 은행 계열 신탁사들이 책임준공 신탁 시장을 휩쓸면서 중소형 신탁사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등 업계 재편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23일 신탁업계에 따르면 올해 책임준공 신탁의 신규 수주 규모는 최초로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책임준공 신탁의 신규 수주액은 올해 1분기에만 500억원을 기록했다. KB부동산신탁이 200억원, 하나자산신탁이 300억원 등이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신규 수주가 1분기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연간 기준으로 책임준공 신탁의 신규 수주액은 1000억원을 쉽게 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최대 2000억원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책임준공 신탁이 지난 2016년 처음으로 시장에 나타난 것을 고려하면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세다. 시장 규모는 2016년 207억원에 이어 지난해 4 배 가까이 늘어난 804억원을 기록했다. 공사 기간이 최소 3년 이상인 것을 고려하면 올해 수주한 금액은 2021년까지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책임준공 신탁이 미칠 파장에 대해 갖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은행 계열 신탁사들이 책임준공 신탁을 앞세워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중소형 신탁사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소형 신탁사 관계자는 "KB부동산신탁과 하나자산신탁이 책임준공 신탁을 공격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것은 뒤에 든든한 은행지주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며 "시장에서 책임준공 신탁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수록 중소형사의 텃밭인 관리형 신탁 시장 규모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로 금융회사로 구성된 대주단이 최근 차입형 토지신탁보다는 책임준공 신탁을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대주단 입장에서는 차입형 토지신탁의 경우 신탁사가 자금조달 업무를 맡아 높은 수수료를 챙겨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신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줄어든다. 반면 책임준공 신탁 수수료는 1%로 차입형 토지신탁(3.5~4%)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신탁사의 책임준공 약정을 통해 금융회사에서 PF 대출을 받아오는 구조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대주단은 자신들이 짊어져야 할 리스크를 책임준공을 통해 신탁사에게 떠넘기는 셈"이라며 "신탁사는 리스크를 부담하는 대신에, 관리형 신탁(0.1%)에 비해 높은 보수를 챙겨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준공 신탁의 리스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책임준공 신탁은 신탁사가 자본을 사용하지 않고 보증을 제공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이라며 "다만 책임준공 조건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우발채무로 전이될 수 있는 리스크가 잠재돼 있다"고 말했다.

책임준공 신탁은 채무변제순위가 뒤로 밀린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대형 신탁사 관계자는 "직접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원리금을 빌려주는 차입형 토지신탁은 선순위인 반면, 책임준공 신탁은 후순위로 밀린다"며 "사업이 부실화됐을 경우 책임준공 신탁에서도 상당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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