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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강, '단조사업 손실' 2년치 영업익 폭삭 [격변기 중견 철강사]①수요 침체·가격 하락 '이중고', 설비자산 1142억 손상인식

박창현 기자공개 2018-04-26 08:31:10

[편집자주]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 불린다. 대한민국 산업 근대화 중심에 이 쌀을 만드는 중견 철강사들이 있었다. 반세기 가깝게 산업의 텃밭을 지키며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녹록치 않다. 글로벌 무역 마찰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고, 중국의 무차별 가격 공세로 수익성 확보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격변기 중견 철강사들을 둘러싼 각종 변수들을 살펴보고,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등 자체 경쟁력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4월 24일 15: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철강그룹의 뿌리는 동국제강이다. 장경호 동국제강 창업주의 6남인 장상돈 회장은 2001년 계열분리를 단행했다. 이 때 들고 나온 기업이 한국철강이다.

장 회장은 이후 지주사 전환과 인수합병(M&A)을 통해 외형을 키워 한국철강을 그룹사로 성장시켰다. 현재 지주사인 키스코홀딩스를 중심으로 한국철강과 환영철강공업, 대흥산업, ㈜서륭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작년 말 연결 기준 자산총액은 1조 4888억원이다. 적통 후계자는 장 회장의 차남 장세홍 대표다.

그룹 핵심은 단연 한국철강이다. 그룹의 모태이면서 주요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자산 총액도 8858억원으로 계열사 가운데 가장 크다. 두 번째로 자산이 큰 환영철강공업(4909억원)과도 두 배 넘게 차이가 난다.

그룹 성장의 원동력 역할을 해야 할 한국철강이지만 최근 여러 대외 변수들 탓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도 한국철강의 부진은 뼈아프다. 실적 기여도가 높기 때문에 장기 부진이 이어질 경우 그룹 전체 재무구조와 수익성이 같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철강은 지난해 7388억원의 매출과 46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커졌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3% 줄었다. 기타 손익까지 반영된 당기순익은 433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한국철강 실적 부진의 원흉은 '단조강'이다. 한국철강은 크게 건축 구조용 '철근 제품'과 설비 구조용 '단조강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매출 비중은 철근 제품이 86%, 단조강이 10% 정도다. 철근과 단조강 제품 모두 전방 산업 영향을 많이 받는다. 철근은 건설업, 단조강은 조선업과 기계산업의 수요 따라 실적 변동폭이 크다.

한국철강

철근 사업의 경우 최근 건설경기 호조에 힙입어 꾸준히 매출이 늘고 있다. 지난해에도 전년보다 18% 늘어난 6402억원의 매출 실적을 쌓았다. 철근 제품 가격 또한 꾸준히 상승해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톤 당 60만원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반해 단조강은 전방산업 부진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조선업이 장기 침체에 빠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한국철강은 단조강 제품 수요 확대를 기대하고 70톤 전기로와 1만톤 프레스 단조 설비 등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만큼 수요가 늘지 않으면서 고정비 부담만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품 가격 추이만 봐도 단조강 사업 부문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단조강 제품 가격은 2014년 톤당 180만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조선업 불황과 맞물려 이후 제품 가격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내수 단조강 가격이 톤당 140만원까지 내려 앉았다. 200만원을 훌쩍 넘었던 수출 단조강 가격도 작년 180만원대에 그쳤다.

한국철강의 단조강 공장 평균 가동률 또한 최근 3년간 50%대에 머물고 있다. 제품 가격 하락에 판매 부진까지 더해지면서 단조강 매출액도 작년 767억원까지 줄었다. 2년 전만해도 매출액이 1000억원에 육박했지만 불과 2만에 외형이 22%나 축소됐다.

단조 부문의 영업손실이 쌓이자 한국철강도 결단을 내렸다. 한국철강은 단조강 공장 자산들에 대해 장부 가격과 실제 회수 가능 금액을 비교하는 '손상검사'를 실시했다. 전체적인 수익구조를 감안할 때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 전체 자산 중 총 1142억원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손상차손 금액은 전액 기타비용으로 계상됐다. 그 결과 지난해 46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익은 433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문제는 단조강 사업 반등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전방 산업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중국산 제품들의 저가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한국철강은 전방 산업 수요 둔화와 중국산 제품의 국내 시장 잠식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고급강 위주로 생산 시설 전환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한국철강 관계자는 "작년 말 외부감사인의 의견을 반영해 단조강 부문에 대해 손상차손을 반영했다"며 "단조강 부문 수익성이 좋지 않아 내부적으로 여러 대응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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