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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호황' 한국철강, 설비투자 대신 현금 쌓았다 [격변기 중견 철강사]②年 900억 현금창출, '사채·어음' 집중 투자…3500억 축적

박창현 기자공개 2018-04-27 08:23:20

[편집자주]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 불린다. 대한민국 산업 근대화 중심에 이 쌀을 만드는 중견 철강사들이 있었다. 반세기 가깝게 산업의 텃밭을 지키며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녹록치 않다. 글로벌 무역 마찰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고, 중국의 무차별 가격 공세로 수익성 확보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격변기 중견 철강사들을 둘러싼 각종 변수들을 살펴보고,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등 자체 경쟁력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4월 25일 15: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축 구조용 철강재 전문업체인 한국철강이 건설 경기 호조에 힙입어 최근 3년간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했다. 한국철강은 유입된 현금을 신규 설비 투자 재원으로 쓰기보다는 그대로 곳간에 쌓아두거나 이자 수익을 얻기 위해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 등 금융상품 투자비로 썼다. 불확실한 시장 상황을 감안해 보수적인 자금 운용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수적 자금 운용 결과 내부 현금 유보금이 3년 동안 2000억원 이상 늘었다.

한국철강은 최근 3년간 호황기를 맞았다. 주력 제품인 건설용 철근이 건설업 활황에 힙입어 알토란같은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기간 철근 공장의 평균 가동률 또한 95%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철강

그 덕분에 현금 창출력도 크게 개선됐다. 2014년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철강이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현금 규모는 연간 400억~5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수익성 개선에 힙입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900억원의 현금을 창출해냈다. 누적 현금 유입액만 2700억원 넘는다.

주목할 점은 현금 지출 항목이다. 한국철강은 2015년부터 금융상품 투자에 눈을 돌렸다. 전방산업 침체 우려와 중국산 철강제품의 시장 잠식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신규 증설에 나서기보다는 안전 자산에 자금을 묶어두는 판단을 내렸다.

실제 그 해 한국철강은 장·단기금융상품에만 약 570억원의 현금을 쏟아부었다. 유형자산 취득과 같은 신규 투자 활동에는 307억원을 썼다. 아울러 금융 비용을 줄이기 위해 단기차입금 131억원도 갚았다.

2016년에는 안전 자산 투자 경향이 더 고착화됐다.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된 현금 780억원 가운데 유형자산 취득 등 생산 활동 재투자에 쓴 금액은 107억원에 불과했다. 가장 큰 지출처는 역시 금융상품 투자였다. 그 해 금융상품에 새롭게 투입한 자금만 280억원이 넘었다. 그 다음으로 지출액이 컸던 항목은 배당금(82억원)이었다. 남은 현금 314억원은 그대로 내부 곳간에 쌓였다.

지난해에도 보수적 자금 운용 전략은 그대로 이어졌다. 영업활동을 통해 유입된 940억원 가운데 3분의1에 해당하는 353억원을 단기금융상품 투자에 썼다. 배당금 지출과 유형자산 취득 등 기타 지출 항목을 빼고 남은 410억원은 전년과 마찬가지로 내부 유보금으로 남겨뒀다.

이처럼 최근 3년간 투자 지출을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여유 자금을 금융 상품 투자에 쓴 덕분에 한국철강의 현금 유보금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3531억원으로 2014년 말 1474억원과 비교해 2000억원 이상 늘었다. 한국철강의 자산 총액이 73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자산의 절반 가량을 현금으로 갖고 있는 셈이다.

현금성 자산의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자산 총액의 33%에 해당하는 1167억원이 은행 예금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단기 금융 상품에 투자됐다. 한국철강은 ABSTB(자산담보부 전자단기사채)과 ABCP(자산유동화 기업어음) 등 담보가 확실하고 투자 기간이 짧은 상품을 선호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ABSTB와 ABCP 상품에는 각각 1395억원, 697억원이 투자한 상태다. 나머지 271억원은 금융기관 예치금이다.

내부 곳간을 현금으로 가득 채운 대신 설비 투자는 보수 유지에 방점이 찍혔다. 실제 2014년 이후 한국철강은 신규 투자 계획 자체가 없다. 올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한국철강 관계자는 "시황이 좋아지면서 유입된 현금이 많아 관련 자산도 늘었다"며 "현재 특별한 신규 투자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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