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증자 규제…'생보사의 자회사 지원' 사례 염두에 뒀나 [금융그룹 통합감독 영향분석]자본 질적평가 도입…영구채 등 부채성자본 우려
원충희 기자공개 2018-05-03 07:25:00
이 기사는 2018년 05월 01일 09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생명은 지난해 4월 신종자본증권(이하 영구채)을 발행해 여력을 확보한 뒤 자회사 H손해보험 유상증자를 지원했다. 하지만 오는 7월부터는 영구채 등 부채성 자본조달을 통해 금융계열사를 지원하는 행위가 제한된다. 영구채는 100% 자본 인정을 받지만 조기상환옵션 등으로 '차환리스크'를 안고 있어 사실상 부채라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5일 열린 '금융그룹 통합감독 관련 업계 간담회'에서 그룹 통합 자본적정성 평가시 차입금을 활용한 자회사 증자를 리스크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모(母) 금융사가 자체신용으로 차입한 자금은 물론 후순위채권, 영구채 등 부채성 자본조달수단도 대상이다. 자본의 양과 더불어 질(quality)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차입금으로 자회사에 출자할 경우 향후 신용문제가 생겨 차입금 상환압력을 받거나 차환발행이 곤란해지면 금융그룹의 자금운용 등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며 "자기자본으로서의 활용성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해 평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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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차입증자는 금융권에서 자주 활용되는 자회사 지원방식이다. 다수의 금융지주회사들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회사 증자를 지원했다. 다만 금융지주사들은 이중레버리지비율 규제를 통해 차입증자 제약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이중레버리지는 대손준비금 차감 후 별도기준 자기자본 대비 자회사 출자총액을 뜻한다. 금융당국이 지도하는 이중레버리지비율 상한은 130%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에도 이와 비슷한 개념이 이식됐다. 특이한 점은 영구채를 감독대상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영구채는 회계상 전액 자본 인정되고 있어 자본확충 및 자회사 증자여력 확보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있었던 H생명의 H손보 증자방식이다. H생명은 작년 4월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해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을 198%에서 213%로 끌어올렸다. 이후 자회사인 H손보의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해 그해 7월에 마무리했다. 이 때 H생명은 지분율(51.36%)에 따라 유증금액의 절반을 지원했다. 영구채 발행을 통해 여력을 확보한 뒤 자회사 증자에 나선 셈이다.
그러나 영구채의 맹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출자방식은 리스크가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에선 영구채가 회계적으로 자본인정을 받고 있지만 차환리스크가 있는 만큼 순정자본으로 볼 수는 없다는 시각이 있다"며 "초대형 IB의 자기자본을 산정시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영구채 등)을 제외하기로 한 것처럼 통합감독에서도 같은 개념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구채는 주식과 채권의 중간성격을 가진 증권으로 하이브리드채권, 신종자본증권 등 여러 가지 용어로 불린다. 액면상 만기가 30년으로 돼 있지만 연장이 가능해 만기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 회계상 100% 자본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자본금, 잉여금 등의 순정자본과는 분명 결이 다르다. 30년까지 보유할 의지가 있는 투자자는 거의 없는 탓에 영구채 상당수가 3~5년의 조기상환옵션이 붙는다. 그렇지 않으면 채권시장에서 소화되기 힘들다. 발행사는 관행적으로 옵션을 행사하며 조기상환에 응하지 않으면 가산금리 페널티가 부과되기도 한다. 차환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이다.
요즘 같은 금리상승기에 발행비용이 더 비싸질 수밖에 없다. 중간에 모회사 신용등급에서 문제라도 생기면 차환도 힘들다. 사실상 3~5년 만기의 임시자본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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