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5월 18일 08: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엘리엇과 현대차그룹의 결전을 10여일 앞둔 현재, 액면분할까지 끝낸 삼성전자 등 대부분의 기업들은 주총 시즌을 마무리했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압박이 거셌던 정부, 명성(?)을 여지없이 드러낸 엘리엇 등 그 어느 해보다 드라마틱한 이슈들로 가득한 시즌이었다.또 하나, 자본시장 측면에서 보면 '스튜어드십(stewardship)'이라는 '코드(code)'를 통해 투자자와 기업간 새로운 관계 형성에 대한 시도도 있었다. 기업 주총 안건에 대한 자문을 해야했던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서스틴베스트, 대신지배연구소 등 자문기관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바빴다.
기대가 컸을까. 아니면 아직 걸음마 단계여서일까. 스튜어드십코드에 대한 혼선은 불가피했다. 일부 자문기관은 주총안건에 대한 제대로 된 해석을 하지 못해 잘못된 자문을 하기도 했다. 사후적으로 펀드 운용사가 오류를 잡아주는 사례도 있었다.
도입 초기이기 때문에 나타난 혼선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의 근본을 잊어 버린 착각과 무책임도 있었다. 이는 스튜어드십코드의 주체 혹은 주인공의 뒤바뀜으로 표출됐다.
여론과 기업 등 모두가 의결권 자문기관의 입만 쳐다보는 형국이었다. 의결권을 실제 행사하는 곳은 펀드 혹은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 돈을 굴리는 곳인데 자문기관이 어떤 의견을 내는지만 주목받았다. 자신 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펀드는 거의 없고 외부의 자문을 받은 그대로 주총에서 표를 행사할 뿐이었다. 그래서 스튜어드십코드가 기계적이고도 사무적인 업무 처리에 지나지 않아 천편일률적인 결과만 나왔다.
그 와중에 삼성과 현대를 상대로 한 엘리엇의 공격은 국내 펀드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엘리엇 역시 외부 자문기관의 자문을 받고 있으나 참고만 할 뿐, 이를 그대로 전달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과하다고 여길 정도로 돈을 맡긴 이들의 집사(스튜어드) 역할, 즉 고객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독자적인 의견과 주장을 개진하고 있다.
희망은 보았다. 골프존을 물고 늘어진 KB자산운용의 주주관여 행동이 다른 운용사들을 자극했다. 골프존 지분 20%를 가지고 있는 KB자산운용은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조이마루 인수를 끝까지 반대했다. 초기에는 우호 지분 확보 실패로 무모한 싸움으로 여겨졌으나 결국 골프존의 백기를 받아 냈다. 이를 통해 KB자산운용이 국내 펀드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의 기본을 생각해보면 방향과 방법은 명확하다. 펀드 수익률, 즉 고객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고 실제 행동에 나서면 된다. 스튜어드십코드라는 무기까지 쥐어줬는데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다. 특히 스튜어드가 모셔야할 대상은 훈수를 두는 자문기관이 아니라 돈을 맡긴 고객이라는 걸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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