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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아시아운용, 외국인 지분 실체는 [지배구조 분석] 보광그룹 엑시트 후 '원아시아인베스트먼트' 우호지분 확대

최은진 기자공개 2018-08-02 10:46:33

이 기사는 2018년 07월 30일 09: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은 국내 자산운용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지배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조세회피처에 세운 페이퍼 컴퍼니가 지분 약 절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페이퍼 컴퍼니가 보유한 지분은 과거 주요주주였던 싱가포르 투자회사인 원아시아인베스트먼트의 우호지분으로, 최대주주인 한글과컴퓨터 지분율을 압도한다. 국내 금융사의 지분을 외국인 투자자가 취득하는 것을 법적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라 파인아시아운용 내부 직원들은 물론 업계도 의아해 하고 있다.

◇ 2006년 보광그룹 인수, 경영난에 2017년 엑시트

파인아시아운용은 지난 1999년 글로벌에셋자산운용이라는 이름의 종합자산운용사로 설립됐다. 당시 설립 주축은 개인투자자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간 수탁고 1000억원대에 불과한 소형사로 존재감을 키우는데 어려움을 겪자 이들 주주들은 약 6년만에 지분을 보광그룹 측에 매각했다.

지난 2006년 보광그룹은 계열사인 한국문화진흥을 통해 지분 16%를 매입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보광그룹의 핵심 사업인 '피닉스파크'의 명칭을 따 사명을 피닉스운용으로 변경했다. 대표이사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처남이자 보광그룹 홍석규 회장 친척인 김태복 씨가 맡았다. 보광그룹이 경영을 맡으면서 1000억원대 수탁고가 1조원대로 확대됐다.

이후 유상증자와 지분 거래 등을 통해 김태복 당시 대표이사와 그의 가족, 그리고 보광그룹 관계사인 신텔정보통신이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며 보광그룹의 지배력은 약 40% 이상 확대했다.

하지만 보광그룹이 유동성 문제와 부실 경영 등에 봉착하면서 경영 4년만에 지분 매각에 나섰다. 지난 2011년 보광그룹은 소프트포럼에 지분을 매각하고 경영권을 넘기려 했지만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변경 승인에 대한 위반 제재를 받으며 좌초됐다. 소프트포럼과 자회사 다윈텍은 약 2년간 최대주주 및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한 채 주요주주로 등재 돼 있었다가 지난 2013년 개인 투자자자들에게 지분을 넘기며 엑시트(Exit) 했다.

보광그룹 역시 개인투자자 등에 지속적으로 지분을 넘기며 천천히 엑시트 했다. 파인아시아운용에서 완전히 손을 턴 것은 지난해다. 신텔정보통신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27%를 지난해 말 개인 투자자와 해외 투자회사 등에 모두 넘기며 약 10년간의 관계를 모두 청산했다.

◇ 원아시아인베, 2015년 주요주주 등극

보광그룹이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파인아시아운용의 지분구조는 복잡해졌다. 특히 지난 2015년 원아시아인베스트먼트(One Asia Investment Partners)가 주요주주로 등극하면서 부터다. 원아시아인베스트먼트는 2013년 싱가포르에 설립된 사모펀드(PE) 회사다. 한국·싱가포르·중국 등 아시아지역을 무대로 한 투자를 목적으로, 총투자책임자(CIO)인 선웨이(Sun Wei)라는 인물을 주축으로 설립됐다.

당초 원아시아인베스트먼트는 2013년 파인아시아운용의 지분 및 경영권을 인수하려 했다. 그러나 파인아시아운용 내부의 복잡한 사정과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부담을 느껴 중도 포기했다. 당시 파인아시아운용은 주주 갈등으로 소송전을 치르고 있었다. 또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자금 출처 등을 제대로 소명해야 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껴 지분 매입을 보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아시아인베스트먼트가 지분을 매입하고 주주로 공식적으로 등재된 것은 그로부터 2년 뒤인 2015년이다. 개인주주인 주정대씨로부터 지분 9.2%를 인수하며 주요주주로 올랐다. 2013년 계획했던대로 최대주주 입지와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부담을 느껴 10% 미만 주주로 발을 디딘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법 상 금융사 지분을 10% 미만으로 보유하는 경우 최대주주가 아닌 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지 않는다.

원아시아인베스트먼트는 최대주주가 아님에도 파인아시아운용 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질적 최대주주라는 입장을 파인아시아운용 임직원들에 공식적으로 알리며 사업 구석구석을 챙겼다는 후문이다. 보광그룹의 계열사를 의미하는 피닉스운용이라는 사명을 파인아시아운용으로 변경한 것도 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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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아시아자산운용 주주현황 / 2018년 7월 현재

◇ 외국인 지분 47%, 원아시아인베 영향력 추정…최대주주 한컴 압도

원아시아인베스트먼트가 주요주주로 등극하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됐다. 7월 말 현재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외국인 투자자들 지분은 약 65%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BSDCN Pte.Ltd.(9.33%)·Winsome Limited(9.28%)·Hopkines Holdings Limited(8.75%)·Merit One Limited(8.41%)·WANG QIZHI(8.60%)·D&R Capital Management (Cayman) Limited(7.7%)·SOL Management LLP(7.42%)·Horizon Power Limited(4.65%)이다. 이들 주주들은 모두 원아시아인베스트먼트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는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BSDCN Pte.Ltd.(9.33%)와 SOL Management LLP(7.42%)는 싱가포르에 위치한 투자회사다. 원아시아인베스트먼트와 같은 주소지를 쓰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성이 높은 곳으로 해석된다. Winsome Limited(9.28%)·Hopkines Holdings Limited(8.75%)·Merit One Limited(8.41%)·Horizon Power Limited(4.65%)는 서인도제도의 영국령 앙귈라(Anguilla) 등 조세회피처에 세운 페이퍼 컴퍼니다. 원아시아인베스트먼트의 주축 인력이던 선 웨이가 주주 및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어 사실상 맥을 같이 하는 투자자로 파악된다.

반면 D&R Capital Management (Cayman) Limited와 WANG QIZHI는 원아시아인베스트먼트의 반대쪽에 위치한 주주로 파악된다.

지분 7.7%를 보유하고 있는 'D&R Capital Management (Cayman) Limited'는 원아시아인베스트먼트 주선으로 참여한 주주다. 케이만제도에 설립된 페이퍼 컴퍼니로, 중국계 투자회사 자금이 주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주주는 파인아시아운용 주주로 참여할 당시만 해도 원아시아인베스트먼트와 각별한 사이였으나 지난해 사이가 틀어졌고 현재 소송전을 치르고 있다.

원아시아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파산하면서 현재 파인아시아운용의 지배구조에서 제외됐다. 파산 배경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원아시아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파인아시아운용 지분 8.6%는 파산 관재인인 'WANG QIZHI' 개인에게 넘어갔다. 'WANG QIZHI'는 원아시아인베스트먼트와 현재 갈등을 빚고 있는 'D&R Capital Management (Cayman) Limited' 측 인물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원아시아인베스트먼트가 파산했음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언급한 이유 등으로 인해 47%의 지분이 영향력 내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초 파인아시아운용의 최대주주로 등극하며 현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 중인 코스닥 상장사 한글과컴퓨터 지분율 12.6%를 압도하고 있다.

파인아시아운용 측 관계자는 "수년 전 싱가포르 투자회사인 원아시아인베스트먼트가 경영권을 잡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늘어나게 됐다"며 "원아시아인베스트먼트가 지난해 부도가 났음에도 여전히 회사 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최대주주를 한컴으로 변경하는 행정적인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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