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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 대표의 가족회사 [thebell desk]

김용관 자산관리부장공개 2018-08-17 09:06:57

이 기사는 2018년 08월 03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액 자산가들의 세금 회피 수단으로 종종 가족회사가 활용되고 있다. 가족회사란 회사의 지분 100%를 가족 구성원들이 갖는 법인을 말한다. 외부인에게는 단 한주도 지분을 나눠주지 않는다. 부부가 지분을 50%씩 나눠 갖기도 하고, 부모와 자식들이 지분을 쪼개서 보유하기도 한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가족회사인 '정강'을 통해 유명해졌다. 우 수석 본인이 20%, 부인이 50%, 자녀 3명이 각각 10%씩 지분을 보유했다. 우 전 수석은 이 회사를 통해 부동산 등에 투자하고 세금을 절세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법인 명의로 지출된 통신비와 차량 유지비 등을 가족이 사용했다는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가족회사의 이점은 절세에 있다. 대표적인게 임대소득세다. 대부분의 가족회사들은 건물이나 토지 등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부동산은 법인 소유지만 실상은 가족회사의 대주주인 가족들, 즉 개인이 보유한 재산이다. 이런 구조를 만든 이유는 부동산에서 나오는 임대소득에 대해 세금을 적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에 비해 법인의 경우 절반 수준의 세금만 내면 된다.

이자소득도 마찬가지. 예를 들어 개인이 현금을 은행에 예치할 경우, 예치금에 따른 이자에 대해 당국은 금융소득으로 보고 40%에 육박하는 세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가족회사를 설립한 개인이 가족회사에 수십 억 원의 돈을 무이자로 빌려주고, 이 돈을 다시 회사가 은행에 예치한다면 이 법인은 이자소득에 대한 법인세만 납부하면 된다.

아울러 각종 비용을 공제받는 방식으로도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법인 명의로 등록한 개인 자동차 운영비는 물론이고 친구들과 함께한 저녁식사 비용도 손님 접대를 위한 비용으로 신고할 수 있다. 개인 명의로는 국세청에 대항하기 힘들지만 법인의 경우 서류상 사업목적에 다양한 사업들을 추가함으로써 법망을 피해갈수 있게 된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건강보험료도 크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정강이 '탈세창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과세체계가 대폭 강화돼 비용한도가 크게 줄었다. 아울러 고소득자의 탈세 창구로 활용된다는 의혹 때문에 가족회사는 성실신고확인대상에 포함됐다. 세무대리인의 확인을 받도록 추가 조치도 취해 자금활용면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계나 증여 측면에서 가족회사의 유용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빌딩이나 금융자산의 개인의 증여세율은 50%가 넘지만 법인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이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아울러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처럼 컨설팅이나 투자 등과 같은 일감을 제공해 가족회사의 가치를 높일 수도 있다. 이 회사의 자산가치가 커질 때마다 자식의 재산도 불어나는 셈이지만 이미 보유한 자산의 가치가 늘어나는 것이라 증여세는 내지 않아도 된다. 상속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가족회사 지분을 상속받는게 부동산이나 금융재산과 같은 현물을 상속받는것보다 훨씬 세금 부담이 가볍다.

국내에 잘 알려진 한 자산운용사의 대표도 이런 가족회사를 갖고 있다. 2000년대초 가족회사를 만들어 본인과 아내, 자식들에게 공평하게 지분을 나눴다. 자식들은 본인들이 이 회사의 대주주라는 것도 모를 정도로 그 정체를 숨겼다. 이 가족회사는 해당 운용사의 지분도 대거 보유, 2대 주주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주 사업영역은 인터넷프로그램 개발, 금융 증권 투자정보 개발 등이다. 적지않은 부동산도 갖고 있다. 매년 꾸준히 이익을 내면서 이익잉여금이 100억원이 넘을 정도다. 작년에는 순이익이 50억원을 넘었다. 이 가족회사를 통해 절세를 하는지 혹은 증여나 승계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는지 알 수는 없다.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회사의 구체적인 사업 내역이나 경영진, 지배구조 등은 공개된 것이 거의 없다.

투명한 지배구조가 펀드 투자의 주요 팩터가 된지 오래다. 해외의 연기금들은 오래전부터 기업의 재무적 측면 뿐 아니라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ESG를 고려해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고 있다. 일명 '착한 투자'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도 2000년대 초에 도입되었다.

이 운용사도 UN PRI(유엔 책임투자원칙)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홈페이지를 보면 ESG 이슈를 투자분석 및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적극적으로 적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 않은 회사에 대해 투자를 배제할 수 있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투자한 회사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지배구조 등 ESG 투명성을 높일수 있도록 노력한다고도 밝히고 있다.

그런데 해당 운용사가 투명하지 않은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데 이런 투자 원칙이 시장에 통할까. 결국 아버지가 잘 만들어놓은 가족회사 덕분에 자식들은 때가 되면 (능력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이 운용사의 최대 주주가 될 것이다. 또다시 부(富)는 그런 식으로 자식에게 세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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