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이해진에서 변대규로…'의장'을 둘러싼 고민 [이사회분석]최대주주·의장·경영까지 분리…외부 견제 피하고 성장하기 위한 고육책
정유현 기자공개 2018-08-21 07:59:19
[편집자주]
지배구조 개선이 재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사회 중심 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내부통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과 사외이사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고, 계열사별 책임경영을 천명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기업 경영에 관한 대부분의 의사결정이 이사회에서 이뤄지는 만큼 이사회는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더벨은 변곡점을 맞고 있는 주요 기업의 이사회 구성과 운영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8월 20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버 이사회의 특징은 이사회의장과 최대주주, 경영진이 모두 분리된 점이다. 이사회의 독립성은 거의 완벽하게 보장된다. 최대주주도 관여하지 않고 경영진도 개입하지 않는다.네이버 의사결정구조를 이해하는 키워드는 '이사회 의장'이다. 오랜 시간 동안 이사회 의장은 이해진 창업자가 맡았다. 대표이사는 제3의 인물에게 넘기고 이해진 의장은 창업주로서, 또 이사회 의장으로서 주요 정책 결정을 했다. 중장기 투자계획, 발전 방향 등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고 세부사안은 대표이사가 진행했다.
네이버는 최근 다시 한번 변신을 했다. 지난해 이해진 창업자는 2004년부터 13년간 맡았던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 놓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손을 뗐다. 변대규 휴맥스 회장에게 의장직을 맡기고 이해진 전 의장은 GIO란 생소한 직함으로 물러났다. 이 전 의장은 등기 이사를 유지하지만 이사회에서 배제돼 있으며 글로벌 투자만 관여하고 있다. 이 전 의장의 역할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기술을 채택하고 협업할 대상을 찾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같은 변화엔 네이버의 고민과 한국 IT업계의 현실이 담겨 있다.
네이버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으로 구성됐다. 7명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네이버의 투자 및 사업 방향, 대표이사 선임 등 회사의 중대한 사안을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과거 네이버는 이 전 의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주요 의사결정을 했다. 창업자로써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고 이사회 멤버 중 유일하게 1%이상의 의결권을 지니고 있었다. 이 전 의장의 의중이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잣대였다. 하지만 이해진 전 의장이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고 주요 의사결정권자의 역할이 분리됨에 따라 네이버 이사회는 과거보다 독립성이 강화됐다.
현재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변대규 휴맥스 회장으로 기타비상무이사다. 네이버의 경영엔 관여하지 않으면서 이사회를 주재하고 조정자 역할을 한다. 변 의장은 외부의 시선에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며 이사회의 논의를 객관성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내이사는 네이버의 전문 경영인 한성숙 대표와 최인혁 비즈니스위원회 리더가 맡아서 경영 전반을 담당한다. 김수욱·이인무·정의종·홍준표 이사등 금융·의학·경영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이사회 총원 7명 중 사외이사는 4명(전체 구성원 대비 57%)으로 법상요건인 과반수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네이버 이사회엔 한국 최대 포털이 갖는 고민이 담겨 있다. 이해진 의장은 개발자 출신으로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를 창업했다. 네이버는 인터넷 시대를 풍미하며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터넷 포털로 성장했다. 이해진 전 의장의 인사이트와 판단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시기다. 검색엔진, 뉴스 포털, 블로그 등 다양한 비즈니스들이 네이버란 이름으로 국내에 첫 도입됐다.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고 글로벌 시장 진출로 이어지면서 네이버는 국내에선 공룡 포털로, 해외에선 우물안 개구리인 기형적 모습으로 성장했다. 공룡 포털의 영향력을 우려하는 정치권에선 연일 네이버를 견제하고 규제를 가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 네이버는 더 큰 공룡과 싸워야 한다. 구글이나 바이두 등은 막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융복한 기술을 선보이며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네이버는 국내 규제에 발목을 잡혀 신산업 진출도 더디고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힘겨워 하고 있다.
네이버의 의사결정 구조엔 이같은 고민이 담겨 있다. 이사회를 분리하고 이해진 의장이 최대주주에서 내려온 것은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였다. 네이버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10.76%)이지만 개인 최대주주는 지분 3.72%를 보유한 이 전 의장이다. 대기업 집단에 지정되고 총수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이해진 전 의장은 공정위와 정부 당국에 총수 지정에서 예외로 해달라고 읍소하고 본인의 지분을 외부에 더 매각했다.
규제는 피하면서도 이해진 의장의 영향력과 인사이트는 네이버 성장에 필요했다. 이사회에서 분리돼 글로벌 투자에 전념하겠다는 글로벌투자담당(GIO)이란 직함이 만들어진 이유다. 글로벌 시장에서만이라도 이해진 전 의장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의사결정을 하도록 시스템을 만든 셈이다.
이외에 네이버는 투명하고 선진적인 지배 구조를 위해 이사회 산하 4개의 별도 위원회를 설치해 이사회 고유 권한 사항의 일부를 위임했다. 해당 분야별로 경험을 가진 이사를 선임해 전문성을 높이고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틀을 갖췄다.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부학장으로 재직 중인 김수욱 이사와 변호사로 법무법인에 종사하고 있는 정의종 이사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투명성위원회 및 감사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홍준표 울산대학교 교수와 이인무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가 보상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부터는 이 전의장과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로 이뤄졌던 이사회 산하 별도 조직인 글로벌인사위원회가 없어졌다. 대신 투명성위원회를 자발적으로 설치해 공정거래법상 50억 이상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하여 동 위원회에서 사전 심의하고 이 외에도 중요한 거래라고 판단하는 거래에 대하여 심의 및 의결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초 진행된 웹툰, 스노우 등 자회사에 대한 유상증자 관련한 의사결정도 투명성위원회를 통해 의결된 내용이다.
이같은 위원회의 설치와 운영도 모두 외부 세력의 견제와 영향을 피하기 위한 수단들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회사의 이사회 구조가 의장 한명의 독단대로 의사 결정이 되는 구조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 전의장이 했던 역할을 변 의장도 동일하게 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분야의 사외이사도 있지만 변 의장도 외부 인물인 만큼 이사회 안건 처리 시 폭넓은 시각을 제시해주시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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