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회장, 성신양회 승계 전략 '장남 몰아주기' [오너십의 탄생]①김태현 사장에 지분 증여·BW 워런트 집중, 최대주주 등극 기반
박창현 기자공개 2018-09-06 08:36:35
[편집자주]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기업과 오너십도 마찬가지다. 지배구조 최정점에 서 있는 오너들도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배구조 재편의 풍파와 무게를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왕관을 쓸 수 있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오너십의 형성 스토리와 핵심 변곡점들을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9월 04일 15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표 시멘트 제조업체인 성신양회는 후계 승계 과도기에 놓여 있다. 2세 오너 경영자인 김영준 회장이 자신의 지배력과 영향력을 3세들에게 점진적으로 이양하고 있는 단계다.김 회장이 추구하는 승계 전략은 단순하다. 장자 승계 원칙이다. 철저하게 장남인 김태현 사장을 중심으로 승계 플랜이 가동되고 있다. 승계 지렛대였던 증여 지분과 신주인수권부사채(BW) 워런트 역시 모두 장남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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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고 김상수 성신양회 창업자의 장남이다. 1970년 대, 서른이 되기 전 그룹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다. 이후 아버지를 도와 성신양회를 국내 굴지의 시멘트·레미콘 제조업체로 성장시켰다. 1994년 창업자가 세상을 떠나자 비로소 회장직을 물려 받았다.
김 회장은 오너 2세지만 창업자와 함께 성신양회의 성장 기틀을 마련한 개국공신이나 마찬가지다. 가업에 대한 깊은 책임감은 발빠른 후계 준비로 이어졌다. 세대 교체기의 권력 공백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김 회장이 택한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그 전략의 중심에 바로 장남 '김태현 사장'이 있다.
김 회장은 1999년 3세 승계 작업의 첫 시동을 건다. 김 사장이 25살 때의 일이다. 먼저 성신양회 지분 30만주(2.16%)를 장남에게 증여했다. 증여 지분의 시장 가격은 7억원 수준이었다.
첫 발을 뗀 '장남 밀어주기' 승계 플랜은 이듬해부터 가속도가 붙었다. 2000년 3월 김 회장은 추가로 56만 2857주를 장남에게 물려줬다. 증여 지분 가치는 17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더해 김 사장은 장내에서 성신양회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2000년 11월 한 달 동안 총 6억원을 들여 39만 8000주를 취득했다. 2002년에도 장내에서 2억 2000만원을 투입해 1만 6000주를 매입했다.
김 사장은 증여와 장내 매수를 통해 4년만에 성신양회 지분율을 9.24%까지 끌어올렸다. 이 가운데 3분의 2가 증여 지분이고, 나머지 3분의 1이 장내 매수 취득분이었다. 증여 지분을 기반으로 오너십 기틀을 마련하고 추가적으로 지분을 사들여 지배력을 보강한 모습이다.
이 기간 동안 김 회장은 오직 장남인 김 사장에게만 지분을 증여했다. 차남인 김석현 전무에게는 단 한 주의 주식도 물려주지 않았다. 여기에 장남에게는 금전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3세 승계 플랜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이 시기는 김 사장이 사회 초년병일 때다. 그럼에도 김 사장은 당시 성신양회 지분 매입 비용으로만 총 8억원을 썼다. 오너 일가의 금전적 지원을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BW 워런트 행사는 3세 승계 전략의 화룡점정이다. 성신양회는 1999년 8월 2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했다. 이 때 신주를 취득할 수 있는 BW 워런트는 전량 3세인 김 사장과 김 전무가 가져갔다.
두 형제는 2004년 4월 워런트를 전환해 각각 83만 4863주의 보통주를 취득했다. 워런트 행사 단가는 5989원이었다. 김 사장은 이를 통해 보유 주식을 249만 주(지분율 12.2%)로 늘리며 성신양회 2대주주 지위를 굳혔다. 김 전무도 지분율을 4.64%로 끌어올렸다. 당시 성신양회 주가는 워런트 행사가의 4배 수준인 2만 2000~2만 3000원이었다. 워런트 행사로 지배력 강화와 자산 증식, 두 마리를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다.
이후 2010년까지는 3세들 지배구조에 일절 변동이 없었다. 그러다 2011년 거의 7년만에 김 사장이 장내에서 일부 지분을 매입했다. 이듬해에도 장내 매수 행렬이 이어졌다. 2013년에는 다시금 BW 워런트를 매입했다. 성신양회는 당시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2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했다. 앞선 BW 거래 때와 마찬가지로 김 사장은 신주인수권만 따로 사들였다. 다만 이 거래에는 차남이 참여하지 못했다. 온전히 장남에게만 신주 취득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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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김 사장은 2016년 보유 워런트 중 47만 9846주를 행사했다. 그 결과 총 302만 4290주의 성신양회 지분을 확보, 아버지 김 회장(279만 여주)을 제치고 처음으로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지난해에는 3만 5300주를 장내 취득하면서 그 격차를 더 벌렸다.
올해 6월말 기준으로 김 사장 지분율은 12.12%로 김 회장(11.05%)가 1%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 또 동생 김석현 전무(3.76%)와도 3배 이상 격차를 보이고 있다. 철저한 장자 승계 원칙이 반영된 지분 구도라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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