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9월 10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6월쯤 국민은행 내에서 '다이아몬드 프로젝트(Project Diamond)'란 극비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에서도 극소수만 알고 있을 정도로 비밀리 진행된 프로젝트라고 했다. 명칭이 다이아몬드니 뭔가 보석, 귀금속 관련된 상품이 아닐까라고 생각한 이들도 있었다.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다이아몬드 프로젝트의 실체는 인도네시아 진출 프로젝트였다. 국민은행은 지난 7월 인도네시아 14위 규모인 '부코핀 은행'의 지분 22%를 취득해 2대 주주가 됐다. 보안 유지를 위해 전혀 상관 없는 다이아몬드란 명칭을 쓴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22% 지분율이다. 국민은행은 부코핀 은행에 단순투자를 한 게 아니라 전략적 투자자(SI)로 들어갔다. 금융권에서는 법인 형태로 해외 진출할 경우 과반의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을 불문율처럼 여기고 있다. 신속하고 원활한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 운영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국민은행의 부코핀 인수형태는 일반적인 해외진출과 조금 다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규제에 따르면 당국의 인가를 받기 전 보유할 수 있는 한도가 22%다. 인도네시아 은행업 인가를 받기 위해선 2개 이상 현지은행을 패키지로 인수해야 한다. 달리 말해 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은행 추가인수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뜻이다.
인도네시아는 국민은행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땅이다. 지난 2003년 인도네시아 BII은행의 지분을 700억원에 인수해 2008년 3600억원에 되팔며 큰 차익을 거뒀다. 지금까지도 KB금융 사상 가장 성공적인 해외투자로 회자되고 있다. 당시 인수업무 실무자가 현재 KB국민카드 대표이사인 이동철 사장이고 총괄 지휘했던 인물이 국민은행 재무전략본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다.
그러나 정작 윤 회장은 BII은행 매각에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일회성 차익을 얻는 대가로 인도네시아 시장 선점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BII은행을 동남아 진출의 교두보로 삼아 발전시켰다면 글로벌사업 약체로 불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후회다. 인도네시아 재진출은 그런 아쉬움의 발로였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프로젝트 명칭으로 보석 중 가장 귀한 다이아몬드를 붙인 걸 보면 경영진은 인도네시아를 소중한 '기회의 땅'으로 여긴듯하다"고 해석했다. 그의 말에 공감이 간다. 10년 전 인도네시아 성공사례 재현의 염원을 담아 다이아몬드란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까. 부코핀이 국민은행의 다이아몬드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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