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9월 21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단연 핫한 투자분야를 꼽으라면 '바이오'를 들 수 있다. 약대를 갓 졸업한 신입부터 의사, 약사, 변리사 등 전문인력들이 VC로 몰린다. 최근엔 대형 제약사 R&D 출신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VC의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일부 제약사는 인력관리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기존 IT 등 전문 심사역 중에서 바이오 영역을 넘보는 이들도 있다.VC들은 덩달아 투자와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얼마 전 A사는 경쟁사에서 공격적으로 인력을 유치해 5명 안팎으로 바이오팀을 보강했다. PE 투자전문인 B사도 바이오팀을 꾸리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의사, 약사 등의 영입이 여의치 않자 수의사를 모셔온 곳도 있다.
모험자본의 바이오 투자 열기는 통계상으로도 잘 드러난다. VC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상반기 누적기준 바이오·의료 신규 투자가 전체 25%를 돌파했다. 이는 작년 말과 비교해 10%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바이오·의료 신규 투자는 2013년에 10.6%에 그쳤으나 두 배 이상 규모가 불어났다. 최근 R&D 회계처리 이슈로 인한 얼어붙은 투심을 무색케 하는 결과다.
그러는 사이 ICT제조, 영상·공연·음반, 전기·기계·장비 등 전통적인 투자처들은 비중을 빠르게 잠식당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인 ICT제조의 경우 신규 투자 비중이 같은 기간 21%에서 6%로 주저앉았다.
모험자본의 바이오 투자 열풍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업계는 바이오 쏠림 현상 원인으로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꼽는다. 모험자본에 많은 자금이 풀리고 대형 편드가 속속 등장하면서 그 동안 문턱이 높았던 바이오 투자가 한결 수월해졌다.
게다가 기업공개(IPO)라는 강력한 회수수단을 갖고 있다. 상장이 유리한 바이오 쪽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는 의미다. 자칫 시대 흐름을 놓쳤다가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까지 겹치면서 투자가 늘고 있다. 회수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인 ICT제조 등은 VC들에게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몰론 VC들의 회수수단이 IPO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컨더리와 인수합병(M&A) 통로가 있지만 제 기능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구주를 유통하는 세컨더리의 경우 신주 거래와 달리 양도세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정책당국도 초기 투자를 장려하는 차원에서 세컨더리 투자를 반기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초기 투자 후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세컨더리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M&A의 경우 미국 등과 달리 투자자의 차등의결권이 보장되지 않고, 회수 단계에서 우선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사실상 VC들이 투자 후 회수할 통로가 IPO를 제외하고 막혀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VC들의 바이오 편중은 취약한 벤처 회수시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특히 우리 미래 먹거리인 4차 산업혁명 투자가 소외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창업 생태계의 화수분인 모험자본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회수 통로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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