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0월 12일 08: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태펀드 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식회사다. 중진공이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관이므로 한국벤처투자도 사실상 중기부 산하의 기업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모태펀드는 10여개 정부 부처의 출자금을 관리하는 까닭에 국정감사 시즌이 되면 중기부 외에 타 부처와도 엮여서 여러 차례 곤욕을 치르곤 한다.지난 10일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서도 한국벤처투자가 유탄을 맞았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체부가 출자한 모태펀드 문화계정의 수익률이 지난해말 기준 -28%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런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운용사들만 매년 110억원이 넘는 보수를 지급받는 것을 문제 삼았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모태펀드가 실제로 -28%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그 계산법이 이상하다. 문화계정에서 자펀드에 출자한 자본금이 3755억원인데, 자펀드의 순자산가치가 2720억원이므로 수익률은 -28%라는 것이 김 의원의 논리다.
문화계정의 자펀드는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도 많이 하지만 영화·공연·애니메이션 등 문화콘텐츠에 대한 프로젝트 투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프로젝트 투자는 특정 작품에 대한 수익만 제작사와 투자사들이 나눠갖는 구조다.
투자 구조를 보면 문화산업전문회사(문전사)라는 SPC를 설립한 뒤 회사의 지분을 제작사와 투자사들이 출자 비율대로 나눈다. 작품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수익은 해당 문전사에서 회계 처리가 이뤄진다. 어느정도 문전사에 수익이 들어오면, 수익을 투자사들이 지분대로 가져가면 된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문전사의 자산가치를 회계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이는 쉽게 말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의 가치를 회계 상으로 계산하라는 말이다. 일선 투자사들은 문전사의 회계상 자산가치에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 작품의 정산을 끝내고 실제 유입된 현금만을 가지고 수익률을 계산하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태펀드 문화계정 자펀드 중 수익률이 확정된 청산펀드의 수익률은 -3.82%로 집계됐다. 운용 중인 펀드와 청산된 펀드의 수익률 차이가 이렇게 크다면, 애초에 기준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확인했어야 한다. 순자산가치를 통한 수익률 계산은 문화콘텐츠 펀드 뿐만 아니라 일반 벤처펀드에도 쓰이지 않는 방식이다.
물론 현행 문화계정 운용에 개선이 필요한 문제점들도 많다. 숫자가 어찌됐든간에 세금으로 조성된 펀드가 손실을 보고 있다는 점은 문제삼을만 하다. 하지만 이렇게 지나치게 자의적인 기준으로 비판한다면, 업계 관계자들로선 반성 이전에 억울한 감정만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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