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귀재' 김병건, 빗썸에 4000억원 베팅한 배경은 빗썸 기존 투자자 엑시트 위해 IPO 및 매각 진행…메디컬사업 등과 연계한 시너지 노려
정유현 기자공개 2018-10-12 16:53:57
이 기사는 2018년 10월 12일 16: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성형외과 출신 김병건 회장이 이끄는 BK컨소시엄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운영사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2014년 설립된 빗썸은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 열풍 속에 뜨거운 감자로 취급되던 회사다. 지난해 넷마블 등 국내 주요 IT기업들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기도 했다. 당시 내부 실사를 마치고 구체적인 인수 가격까지 협의가 된것으로 알려졌지만 무산됐다.
지난해 하반기 암호화폐 시장이 갑자기 팽창하며 빗썸의 몸값이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빗썸이 제시한 가격과 매수자들과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하며 매각 협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 앉은 것으로 파악됐다.
암호화폐 시장이 안정되며 빗썸의 거래 규모가 줄어 들면서 빗썸의 M&A는 다시 불거졌다. 시장은 줄었지만 오히려 빗썸 기업 가치를 더 높아졌다. 블록체인 생태계에 주목한 김병건 회장은 빗썸의 가치를 여전히 높이 평가하며 기존 주주들과 거래를 시도했다. 김 회장 측은 향후 결제 플랫폼 구축 및 암호화폐 생태계 조성 등 빗썸과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싱가포르에 거점을 둔 BK글로벌 컨소시엄은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지주사 비티씨홀딩컴퍼니의 지분 50%+1주를 4000억원에 취득했다. 컨소시엄은 비티씨홀딩컴퍼니 지분과 10여명의 기존 빗썸 주주들의 주식을 매입해 지분 38%를 확보하며 빗썸의 1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번 거래로 비티씨홀딩컴퍼니는 빗썸의 최대주주에서 2대주주(지분율 약 37%)로 내려온다. BK컨소시업은 계약금으로 1000만달러를 지급한 상태로 내년 2월 잔금 납입을 마치면 거래가 완료된다.
◇빗썸 지분 매각 배경은…신사업 추진 및 기존 투자자 엑시트 목적
빗썸의 지분 매각이 갑작스럽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 빗썸은 암호화폐 시장이 커지며 신사업을 추진하고 기존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한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먼저 고민했던 것이 기업공개(IPO)다. 지난해 10월 경 일부 벤처캐피탈 및 기관 등은 상장전 지분투자(Pre-IPO)형식으로 보유하고 있던 빗썸 지분을 외부에 매각했고 당시 지분 100% 기준 기업가치는 4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갑자기 암호화폐 광풍이 불며 시장이 과열됐고 정부 규제의 칼날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향하며 상장 계획을 접은 것으로 판단된다. 당시 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상황에서 IPO를 위해 한국거래소의 문턱을 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후 상장사 인수를 통한 우회상장을 고려했지만 지분 매각으로 방향을 바꿨다.
매각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기업가치가 갑자기 급등하며 빗썸이 제시한 가격과 매수자들이 제시한 가격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경 4000억원 수준이었던 기업가치는 연말께 1조원 수준으로 급등했다.
빗썸의 월간 거래량은 지난해 1월 3000억원 수준이었는데 12월 97조까지 300배 가량 상승했다. 암호화폐 투자 광풍이 불어 투자자가 몰리며 지난해 11월 동시 접속자수가 평균 접속치보다 1600%~1700%늘며 긴금 서버 점검 사태까지 겪었다.
2014년 4100만원 매출, 당기순이익 2억3700만원 수준이었던 빗썸은 지난해 매출이 3000억원 수준으로 커졌다. 지난해 40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재무 구조도 탄탄했다. 하지만 불투명한 소유 구조와 높아진 기업가치 등으로 매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초기 빗썸에 30억원 가량을 투입해 5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던 김병건 회장이 블록체인 생태계 강화 차원에서 지분을 사들여 1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번 거래로 빗썸은 그동안 리스크로 꼽혔던 불투명한 지배구조 이슈를 해소하며 신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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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록체인에 꽂힌 김병건 회장…ICO플랫폼 통해 스타트업 투자
김병건 회장은 BK성형외과의 설립자이자 싱가포르에 있는 BK메디컬그룹의 대표다. 10년 전 금융 선진국인 싱가포르로 이민을 가며 블록체인에 눈을 떴다. 지난해 8월 싱가포르에서 ICO플랫폼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현지 블록체인 업체에 투자도 하고 있다.
ICO플랫폼은 전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유망 비즈니스모델을 지닌 스타트업과 기존 기업에게 투자해 해당 주체들이 쉽게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모금할 수 있도록 돕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다.김 회장은 자체 국제암호화폐거래소를 만들고 투자한 스타트업의 새 코인을 상장시킬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빗썸이 홍콩 등 글로벌 시장에 탈중앙화 방식으로 거래소 오픈을 준비하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로 부각됐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 ICO플랫폼은 김 회장이 의사 출신인만큼 성형외과와 치과, 피부과, 산부인과 등 진료에 사용할 수 있는 암호화폐 ICC(아이크라우드코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MD스퀘어와 제휴를 통해 BK메디컬 그룹 뿐 아니라 에버스마일치과그룹 등의 진료 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연내 도입할 예정이다. 빗썸을 통해 ICC를 상장시키고 회원들이 이 코인으로 결제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빗썸의 결제 체계 시스템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컨소시엄은 빗썸과 비즈니스 연계를 통해 결제 플랫폼 구축과 암호화폐 생태계 조성 등 여러 방면에서 빗썸과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ICC에 싱가포르에서 알리바바를 누른 1위 전자 상거래 업체이자 G마켓의 창업자 구영배 대표와 이베이가 합작해 설립한 큐텐이 파트사로 참여했다. 전자 상거래 결제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빗썸 측은 "BK컨소시엄측과 공동대표 체계로 기존 사업체제는 유지하고 글로벌 네트워크 기반으로 신사업 추진과 건전한 암호화폐 생태계 조성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며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책임경영 기반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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