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0월 24일 07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생명은 애당초 인수하지 않았어야 할 회사다."지난 22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질의응답에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한 말이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KDB생명(옛 금호생명)은 10년간 돈을 쏟아부었는데도 부실하고, 1조8000억원에 매각된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은 4조원의 차익을 냈다"고 지적하자 반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 회장은 또 "인수 직전 KDB생명의 3년간 누적 적자가 7500억원에 이르는데도 인수 과정도 불투명하고 이유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수됐다"고 했다.
이 회장의 발언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산업은행은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영정상화'를 이유로 KDB생명을 떠안았다. 당시 산업은행은 구조조정안 발표 30분 전에 사모펀드를 통해 KDB생명을 인수하겠다는 문구를 집어 넣었다. 실무진이 작성한 구조조정안에는 없었던 문구를 추가한 배경에 정부의 압박이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KDB생명 부실과 관련해 산업은행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산업은행 출신 인사를 KDB생명 임원으로 앉혔다는 점에서 부실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
산업은행은 KDB생명 인수 후 산업은행 출신을 잇달아 내려보내 사장과 부사장을 맡겼다. 최익종 전 사장(2010~2011년)과 안양수 전 사장(2015~2018년)을 비롯해 안동명·권영민 전 부사장, 임해진 현 수석부사장 등이 모두 보험 경험 없는 산업은행 출신이다.
공교롭게도 KDB생명 실적은 2015년부터 곤두박질 쳤다. 2014년 655억원이었던 KDB생명의 당기순이익은 2015년 274억원으로 감소했고, 2016년과 2017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14년까지 208% 수준이었던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은 4년 사이 반 토막이 났다. 올해 초 3000억원을 유상증자 형식으로 긴급 투입해 RBC비율을 간신히 195%(6월말 기준)까지 끌어올렸다.
KDB생명 경영정상화를 위해 전문성을 갖춘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그나마 올해 초 산업은행 출신이 아닌 정재욱 세종대 교수를 KDB생명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지만 보험실무 경험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우려 섞인 시선이 적지 않다.
이 회장으로선 KDB생명 부실과 관련해 산업은행에 쏟아지는 질타가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수 과정의 불투명성을 제외하고 산업은행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지금은 KDB생명 인수 자체를 후회할 때가 아니다. 그동안 비전문가인 산업은행 출신 CEO 선임으로 생겨난 방만경영을 반성하고 앞으로 KDB생명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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