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통큰' 친족증여 원천 '굳건한 지배력' "마음의 빚 갚기" 3대째 형제경영 초석…계열분리설 잠복, 자신감 행보
이광호 기자/ 심희진 기자공개 2018-11-27 08:28:07
이 기사는 2018년 11월 26일 10: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년 전 자신이 경영권을 승계한 데 따른 마음의 빚을 갚는 차원에서 가족들에게 지분을 증여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지난 21일 자신이 가진 SK㈜ 지분 1627만주(지분율 23.12%) 가운데 329만주(4.68%)를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큰아버지인 고 최종건 창업주 가족, 4촌·6촌 등 친척 23명에게 증여했다. 금액으로는 약 9600억원에 달한다. 이로써 최 회장의 SK㈜ 보유 지분은 기존 1626만5472주(22.93%)에서 1297만5472주(18.29%)로 줄었다.최 회장은 329만주 가운데 절반가량인 166만주(2.36%)를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에게 증여했다. 이어 사촌 형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그 가족에게 83만주(1.18%, 장남 최성환 48만주·장녀 최유진 12만5000주·차녀 최영진 12만5000주), 최종건 창업주의 장남이었던 사촌형 최윤원(2000년 작고) 전 SK케미칼 회장 자녀 등 가족에게 49만주(0.7%, 부인 김채원 2만9593주·장녀 최서희 3만7899주·차녀 최은진 3만7899주·삼녀 최현진 3만7899주·아들 최영근 35만3518주)를 나눠줬다. 고 최종건 회장의 외손자 8명에게는 총 30만4000주(0.43%, 고재우·고재윤·박현선·박민선·한주현·한석현·이유미·이환 각각 3만7899주)를 줬다.
최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은 최태원 회장의 이 같은 증여 취지에 공감해 최종건·최종현 회장 동생으로 경영에 참여했던 고 최종관 전 SKC 부회장과 최종욱 전 SKM 회장 가족 5명에게 13만여주(0.19%, 최근 6만6666주·최서진 1만3334주·최윤주 1만3333주·최준원 2만6666주·최윤선1만3333주)를 증여했다. 최 이사장의 SK㈜ 지분율은 7.46%에서 7.27%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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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분 증여는 지난 20년 동안 형제 경영진들 모두가 하나가 돼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결 같이 성원하고 지지해준 친족들에게 보답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게 SK그룹 측의 설명이다. 최태원 회장이 최근 가족모임에서 이러한 뜻을 전하면서 이뤄진 결과다. 이로 인해 최태원 회장의 SK㈜ 지분은 23.12%에서 18.44%로 내려간다.
하지만 최대주주로서 그룹 지배력에는 변동이 없다. 지분이 전혀 없던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2.36%를 갖는다. 특수관계인은 8명에서 30명으로 늘어난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분 증여를 두고 계열분리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최신원 회장이나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SK그룹 일부 계열사의 지분을 취득한 뒤 SK그룹에서 계열 분리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지분 수증에 따른 증여세 납부를 감안하면 계열분리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지분 증여로 인한 증여세는 5500억원가량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에서 증여재산이 상장주식일 때는 증여일 이전·이후 각각 2개월(총 4개월)의 최종시세의 평균값으로 매겨진다. 증여재산이 30억원을 넘으면 50%의 세율이 붙는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주식 증여일 경우에는 할증률이 붙어 지분이 50%를 넘으면 30%, 지분 50% 이하면 20%를 더 내야 한다. 최대 60%인 5500억원 가량을 세금으로 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지난 20년 동안 후계 구도를 둘러싼 갈등이 없었다.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그 사이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계열 분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SK 일가는 그 때마다 굳건한 우애를 드러냈다. 지난 12일 저녁,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SK와이번스와 두산베어스의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에 최태원, 최신원, 최재원, 최창원 등 일가 4형제가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내 관심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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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의 오너십은 1990년대 후반 형성되기 시작했다. 당시 SK 종합기획실을 이끌던 최 회장은 1998년 8월 아버지인 최종현 회장이 별세하자 곧바로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그의 나이 38세였다.
그로부터 4년 뒤 최 회장은 지배력 확대에 본격 착수했다. 그룹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던 SK㈜가 타깃이었다. 당시만 해도 최 회장의 SK㈜ 지분율은 0.11%에 불과했다. 최 회장은 개인회사였던 SK C&C를 지렛대로 활용했다. 2002년 3월 보유 중이던 워커힐 주식 325만주를 SK C&C에 넘겼다. SK C&C는 그 대가로 SK㈜ 주식 646만주를 지급했다. 그 결과 최 회장은 SK㈜ 지분 5%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순탄했던 오너십 구축작업에 제동이 걸린 건 비상장인 워커힐 주식이 고평가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검찰 조사까지 받게 되자 최 회장은 결국 지분 맞교환을 취소했다.
최 회장이 마련한 대안은 SK C&C를 활용해 SK㈜ 지배력을 간접적으로 확보하는 방식이다. 2000년대 초만 해도 SK C&C가 보유한 SK㈜ 지분은 8%에 불과했다. 이후 SK에너지와의 주식 교환, 잇단 장내매수 등을 통해 2009년 지분율을 31%까지 끌어올렸다. 마침내 2015년 SK C&C가 SK㈜를 흡수합병하면서 '최 회장→SK㈜→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최 회장 취임 후 SK그룹은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1998년 34조원대였던 그룹 자산은 20년새 200조원으로 6배가량 불었다. 같은 기간 연매출도 40조원에서 160조원으로 4배 증가했다. 공격적 투자활동으로 반도체·에너지·통신 등의 3대축을 확고히 구축한 덕분이다. 내수·수출, 업황민감·자연독점 등의 사업이 골고루 포진돼 있어 그룹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취임 20주년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주식 증여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며 "탄탄한 오너십과 더불어 경영자로서 입지를 다진 데 대한 자신감이 드러난 행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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