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로이힐 투자 8년' 원료 안정화 꿈이 현실로 '무인드릴 도입' 최첨단 광산, 생산성 11% 개선…연간 소비량 26% 책임
로이힐(호주)=심희진 기자공개 2018-11-27 08:27:04
이 기사는 2018년 11월 26일 14: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로이힐(Roy Hill)은 원활한 원료수급을 꿈꾼 포스코의 투자 결실이다" 로이힐 광산을 소개하는 한기호 서호주사무소장의 인사말에서 해외 원료개발 사업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올해로 8년차를 맞은 로이힐 프로젝트는 탄탄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고품질의 철광석을 쉼없이 만들어내고 있었다.철광석은 용광로에서 쇳물을 생산할 때 사용하는 주원료다. 제조원가의 60~7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순도 60%대 철광석을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모든 철강사들의 핵심 과제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로이힐의 대주주인 핸콕(Hancock)과 손잡았다.
2015년 첫 선적을 시작으로 로이힐은 각 공정에 최첨단 기술을 적용해 생산성을 높여왔다. 올해 초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무인드릴을 전면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내년부턴 자율주행 트럭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로이힐 투자로 자원조달의 한계를 뛰어넘은 포스코는 이제 열매를 거둘 준비를 마쳤다.
◇포스코가 선택한 '로이힐', 첨단기술 집약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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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퍼레이션센터는 호주 북서부 필바라(Pilbara) 지역에 위치한 철광석 광산의 모든 정보를 수집·분석·관리하고 있다. 540여명의 직원들이 2교대로 24시간 생산현장을 살피는 구조다. 이날도 오퍼레이션센터에는 수십대의 컴퓨터가 쉼없이 작동하고 있었다. 현재 철광석 채굴 작업이 연간 목표치에 맞게 돌아가고 있는지, 항구로 향하는 기차에는 몇만톤의 철광석이 실렸는지 등을 꼼꼼히 점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기호 소장은 "매일 아침 광산에 드론을 띄워 철광석 채굴 과정을 실시간 체크하고 있다"며 "드론뿐 아니라 광산 곳곳에 설치된 40여개 CCTV를 통해서도 여러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퍼레이션센터와 철광석 광산 간 거리는 약 1200㎞다. 퍼스에서 국내선 비행기로 뉴만(Newman)까지 2시간 이동한 뒤 차를 타고 1시간 반가량 더 가야 광산을 볼 수 있다. 물리적 거리가 상당함에도 로이힐은 첨단기술을 활용해 안정적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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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찾은 곳은 로이힐 광산에 위치한 드릴링룸(Autonomous Drilling Room)이다. 철광석은 광산 표면이 아닌 내부에 매장돼 있기 때문에 드릴을 이용해 먼저 13m 깊이의 구멍을 판 뒤 발파 과정을 거쳐 굴삭기로 파내야 한다. 로이힐이 운영하고 있는 드릴은 총 9대다. 이날은 정비 작업 중인 1대를 제외한 8대가 광산에 구멍을 뚫고 있었다.
무엇보다 시선을 사로잡은 건 '무인시스템'이었다. 광산 현장이 아닌 드릴링룸에서 직원들이 컴퓨터와 조이스틱(joystick)만으로 모든 공정을 수행하고 있었다. 드릴링할 곳을 지정하는 것부터 장비를 이동시키고 땅을 파는 작업까지 원격으로 이뤄졌다. 오퍼레이션센터뿐 아니라 광산 채굴 자체에도 첨단기술을 적용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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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힐은 2016년 무인드릴을 처음 도입했다. 이후 점점 늘려 올해부터 모든 드릴링을 자동화했다. 일반적으로 무인드릴 1대는 27명의 직원을 대체한다. 덕분에 로이힐 광산의 생산능력은 2015년 대비 10~11%가량 개선됐다.
한 소장은 "탐사 단계에서 땅 밑에 뭐가 있는지 파악하거나 철광석을 캐내기 앞서 폭약을 설치하기 위해 드릴링을 진행한다"며 "사람이 장비를 운전할 경우 식사시간 등에 작업을 멈춰야 하는데 무인시스템이 도입되면서 24시간 드릴링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드릴링룸 인근에 위치한 작업장(Workshop)도 첨단기술 도입에 분주했다. 작업장은 철광석 운반 트럭을 점검하는 곳이다. 500시간 이상 주행했거나 이상이 발생한 트럭들이 이곳에 집결한다. 현재 로이힐은 철광석 운반 트럭을 77대 보유하고 있다. 이 중 6대는 자율주행이 가능한 모델이다. 하지만 아직 가성비가 높지 않아 현장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 로이힐은 내년쯤 타당성 검토 등을 통해 자율주행 트럭을 늘려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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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 안정화·구매비 절감' 두마리 토끼 잡다
포스코와 로이힐의 인연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스코는 로이힐 대주주인 핸콕(Hancock)과 지분매매 협상을 추진했다. 주요 원재료인 철광석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철광석 가격은 순도 61% 기준 톤당 130~140달러로 지금의 2배에 달했다. 중국 내 철강 수요가 10년새 급증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브라질 발레(Vale), 호주 리오틴토(Rio Tinto) 등 소수업체들이 철광석 시장을 독과점하며 가격 상승을 주도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한 소장은 "로이힐 투자를 검토할 때 수익성도 물론 고려했지만 무엇보다 철광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를 최우선으로 따졌다"며 "로이힐이 단일 광산으로는 호주 최대규모인 만큼 자원 매장량도 23억톤으로 상당하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2010년 1단계 투자를 거쳐 2012년 3월 일본 마루베니상사(Marubeni), 대만 차이나스틸(CSC)과 공동 지분매입을 결정했다. 현재 로이힐 주요 주주로는 △핸콕 70% △마루베니 15% △포스코 12.5% △CSC 2.5% 등이 있다.
포스코의 로이힐 투자는 2015년 첫 결실을 맺었다. 그해 11월 로이힐에서 채굴된 철광석 10만톤이 포트헤들랜드(Port Hedland) 항구를 거쳐 전라남도 광양에 위치한 제철소로 운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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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로이힐은 첨단기술 도입을 통한 생산성 개선에 주력했다. 덕분에 2016년 2400만톤이었던 연 생산량이 이듬해 4300만톤으로 80%가량 늘어났다. 올해에는 총 5200만톤의 철광석이 판매될 예정이다.
포스코는 2019년 로이힐이 설립 당시 목표치였던 연산 5500만톤 체제를 갖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호주에서 비에이치피(BHP), 리오틴토, 에프엠지(FMG)에 이어 4번째로 큰 생산규모다. 포스코가 포항·광양제철소에서 1년동안 사용하는 물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한 소장은 "국내 철강기업이 브라질에서 철광석을 가져올 경우 45일가량 걸리는 반면 호주는 10일이면 충분하다"며 "로이힐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억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로이힐의 투자자이자 핵심 판매처다. 단일기업 가운데 로이힐로부터 철광석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곳이 바로 포스코다. 전체 생산량의 약 30%가 포항·광양제철소에서 소비되고 있다. 덕분에 포스코는 2016년부터 철광석 구매 할인 혜택도 받고 있다. 로이힐 투자를 통해 원료의 안정적 조달뿐 아니라 원가 경쟁력까지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가 로이힐에 투입한 자금은 총 14억8600만AUD(호주달러)다. 역대 원료개발 사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쏟아부은 애정만큼 로이힐의 기술력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포스코는 내년부터 최대 1500만톤의 철광석을 로이힐에서 가져올 예정이다. 연간 소비량의 26%를 로이힐이 책임지는 셈이다. 원료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빛을 발할 날이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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