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유가급락에도 AA+ 방어…아직은 버틸만 [Earnings & Credit]재고손실 일시적, 14년 적자도 1년만에 극복…정제마진 축소는 이상징후, 관찰 필요
이경주 기자공개 2019-01-17 14:52:17
이 기사는 2019년 01월 15일 1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말 국내 정유업계에 불어 닥친 유가하락 쇼크에도 GS칼텍스가 초우량 신용등급(AA+, 안정적)을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5년 전 유가하락기에 보여준 GS칼텍스의 실적 방어 능력이 이번 평가에 반영된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GS칼텍스는 국제유가가 20달러 수준으로 폭락한 2014년 수천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정유업계 특유의 재고평가손실이 반영된 탓이다. 하지만 이듬해 석유제품 수요와 함께 정제마진이 개선되면서 다시 수조원대 흑자로 돌아섰다. 당시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GS칼텍스 실적변화에 따라 신용등급을 내리고 올렸는데, 너무 성급한 판단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 유가는 작년에 비해 10% 이상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신평사들은 이번엔 GS칼텍스 신용도에 영향을 줄만한 요인으로 판단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과거 패턴과 달리 최근 정제마진이 지속적으로 악화 되고 있는 상황은 관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제마진이 향후 신용도를 결정지을 핵심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작년 4분기 수천억대 적자 추정…등급은 AA+ 유지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이달 11일 나란히 GS칼텍스 제 138-1회 등 무보증사채에 대한 본평가 결과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GS칼텍스 신용 유지가 주목되는 것은 지난해 말부터 국내 정유사들이 유가하락으로 대규모 적자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유업체 이익을 결정짓는 요인은 크게 유가와 정제마진 변화다. 유가는 재고손익에 영향을 미친다. 국내 정유업체는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해 국내로 들여와 석유 제품으로 가공해 판매하기까지 약 한 달여 정도 걸린다. 즉 석유제품 판매시점에 원가 비중은 한 달 전 원유 가격으로 결정된다. 유가가 하락할 경우 일시적으로 원가 비중이 높아지는 구조다. 이 때문에 정유사들은 유가 하락 시 원유 재고 가치를 재평가해 하락분을 손실처리 한다. 업계에선 이를 부정적 래깅(Lagging) 효과라고 부른다.
국제 유가는 지난해 말부터 급락했다. 서부텍사스유(WTI) 기준 지난해 10월 배럴당 76달러수준에서 12월 중순 42달러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조정세를 거치며 5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래깅효과로 수천억원대 적자가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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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정유사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 주력인 정유 사업부문에서 52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낸 것으로 삼성증권은 추정했다. 타 사업부문을 합친 전체 영업손실 규모는 2200억원 수준이다. 3위 에스오일(S-Oil) 역시 같은 기간 정유부분에서 3720억원 적자를 내 전체 영업손실이 21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GS칼텍스는 비상장사라 공개된 전망치가 없지만 역시 수천억원 대 적자를 기록했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평균 유가도 작년보다 하락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와 신흥국 경제불안 등의 여파로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있는 반면 미국 경쟁사들의 증산효과가 하반기부터 가시화되기 때문이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WTI 평균유가는 57달러로 보고 있는데 전년 64.9달러 대비 12% 정도 하락한 수치"라며 "분기별로 보면 2분기 배럴당 70달러 수준까지 회복되지만 하반기 미국 셰일가스 등이 늘어나면서 다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실적방어 전례 학습효과…정제마진 악화는 변수
하지만 국내 신평사들은 최근 유가 하락세가 GS칼텍스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과거 유가급락 시기에 GS칼텍스가 보여준 실적 방어 능력이 참고가 됐다는 평가다. GS칼텍스는 2014년~2015년 현재보다도 더 큰 폭의 유가하락을 경험했다. 2000년대 초 배럴당 100달러 안팎으로 유지됐던 WTI가 2014년 하반기부터 급락해 2015년 2월 20달러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1년 만에 유가가 5분의 1수준으로 폭락했다.
GS칼텍스는 래깅효과로 2014년 456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신평사들은 2014년까지 유지했던 GS칼텍스 AA+ 신용등급을 유가가 최저점을 찍었던 2015년 2월 AA로 1노치 낮췄다. 당시 신평사들은 GS칼텍스 실적악화를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봤다. 한국신용평가는 등급을 하향하면서 "정제마진, PX스프레드 축소 등 수익창출력이 본원적으로 약화됐다"며 "구조적 수급상황에 기인한 업황 회복 제약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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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GS칼텍스는 1년 만에 반전 실적을 거뒀다. 2015년 영업이익 1조305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영업이익 규모가 유가하락 충격을 받기 전인 2013년(9000억원)보다도 오히려 4000억원 가량 큰 폭으로 늘었다.
정제마진이 개선된 덕분이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나프타 등 석유 제품에서 원유가격과 정제비용, 운임비 등 비용을 제외한 값을 의미 한다. 정유사들은 유가변동 시 일차적으론 래깅효과에 따라 재고평가손익이 발생하지만 이후엔 정제마진이 수익성을 결정짓는다.
정제마진은 대체로 유가와 정비례 관계에 있지만 2015년은 예외였다.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가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유가 하락이 오히려 정제마진 개선에 도움을 줬다. 석유제품 원가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신평사들은 1년여만인 2016년 6월 GS칼텍스 신용등급을 다시 AA+로 1노치 상향했다. 당시 크레딧업계에선 신평사들이 등급조정을 너무 성급히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 신평사들이 GS칼텍스 등급을 유지한 것은 과거 사례 학습효과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 초대형IB 크레딧팀장은 "14년 적자는 유가변동에 따른 재고손실 영향이 컸는데 해를 넘기니 바로 재고이익으로 바뀌었다"며 "신용평가를 잘못했다 싶을 정도로 1년만에 등급조정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기억들이 있는 상황에서 정유사들이 영구적인 비즈니스 수익모델을 바꾼 상황이 아닌데 신용등급 조정을 검토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2015년 이익개선을 이끌었던 정제마진이 올해는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불안요인이다.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둔화와 미국발 공급과잉이 원인이다. 유가 하락 배경과 같다. 백 연구원은 "올해 평균 정제마진은 6.1~6.2달러 수준으로 작년 6.3달러보다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본다"며 "분기별로 보면 상반기가 6달러, 하반기가 6.3~6.5달러로 상저하고 흐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휘발유는 미국에서 나오는 생산량이 너무 많아져 계속 약세이고, 경유(디젤)는 중국 등의 경기둔화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다만 올 4분기에는 고유황 벙커C유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IMO2020 규제 덕분에 경유에 한해 정제마진 개선이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GS칼텍스는 적자전환 전인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로는 등급하향 요인이 없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번 평가에서 △예상과 다른 정유시황 부진과 수익성 급락으로 현금창출력이 저하되고 △대규모 투자 및 배당확대 등으로 레버리지 상승이 동반돼 △조정순차입금/EBITDA 2.0배, 차입금의존도 27.5% 초과 상태 지속될 경우 등급하향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GS칼텍스는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조정순차입금이 3조1027억원, EBITDA가 1조9449억원으로 조정순차입금/EBITDA‘ 배율이 1.2배다. 하향 트리거(2배)보다 0.8배포인트 낮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같은기간 21.5%로 트리거 기준(27.5%)보다 6%포인트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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