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주주권 행사 어쩌나…국민연금 '골머리' 지난해 말 이어 한진 관련 수탁자책임위 개최, 최종 결론 유보
한희연 기자공개 2019-01-24 08:39:55
이 기사는 2019년 01월 23일 19: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기금이 한진그룹에 대한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고심에 빠졌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첫 의견 개진 기회라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지만, 국가가 운영하는 연금이라는 정체성을 고려할 때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에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모습이다.23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주주권행사 분과위원회를 개최하고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여부와 행사범위에 대해 논의했다. 수탁자책임위는 지난해 말에도 한진그룹에 대한 주주권 행사와 관련한 회의를 열었던 적이 있다.
이날 회의에서 전문위원회 위원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며 장시간 논의했으나 끝내 최종 결론을 내지는 않았다. 결국 전문위에서 합의된 의견을 기금위원회에 보고하기보다 위원들의 의견을 그대로 기금위에 보고하기로 했다. 사실상 최종 결정을 유보한 셈이다.
전문위원들은 경영참여 주주권행사 여부에 대해 총 위원 9명 중 위원 2명이 찬성, 5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찬성하는 쪽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반대하는 쪽은 '단기매매차익 반환 등 기금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펼쳤다.
찬성하는 2명의 위원은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이사해임, 사외이사 선임, 정관변경,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전문위원 중 2명은 사안에 따라 다른 의견을 개진해 중립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대한항공에 대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에는 반대하지만, 한진칼에 대한 부분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이었다. 구체적으로 이사해임과 정관변경은 찬성하지만 사외이사 선임과 의결권대리행사 권유는 반대했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에 대해서 기업별로 의견이 갈린 셈이다.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찬성 2명, 반대 7명의 표가 나왔고, 한진칼에 대해서는 찬성 4명, 반대 5명의 표가 나왔다.
국민연금은 "전문위원회는 논의 결과를 기금위·실평위(실무평가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라며 "기금위는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 및 행사범위'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평위와 기금위는 1월말과 2월 초에 개최될 예정이다.
전문위원회가 일단 결정을 유보한 것은 사실상 예견됐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조하며 적극적인 수탁자 책임 의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국가연금'이라는 한계 때문에 사실상 제약이 많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적극적인 수탁자 책임 행위는 이론적으로 긍정적이지만 민간 연금임 아닌 국가 연금이 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을 것"이라며 "자칫 잘못하면 사기업의 국영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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