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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vs 한진家]주인공들은 美로…조원태·석태수의 고군분투①조양호 회장 등 오너일가 LA 체류…KCGI 대응은 한진칼, 활동은 '극비'

고설봉 기자공개 2019-01-22 10:51:59

[편집자주]

별다른 대응 전략을 내놓지 않고 '정중동'하는 듯 보이는 한진그룹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연이어 터진 갑질 사태, 국민적 공분, 주요 권력기관의 잇따른 수사, 그리고 "너희들 문제가 많아 행동에 나서겠다"라고 말하는 듯 지분을 매집하고 달려든 한 펀드. 동시에 불붙은 '한국형 주주행동주의' 흐름과 국민연금의 주주관여 움직임. 한진그룹 수뇌부는 비상상황에 있다. 강성부 펀드라고해서 느긋하진 않다. 경제적 이슈를 넘어 정치적 관심사가 됐고 국민적 주목도가 높아졌다. 이 분쟁이 어디로 가고 있고 분쟁 당사자들의 전략은 무엇인지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1월 18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CGI와의 분쟁에 대비하는 최종 책임자는 형식적으론 석태수 한진칼 부회장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그룹 의사결정의 최종 책임을 맡고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표방해 내세운 인물은 석 부회장이었으나 오너 승계자로 유력한 조 사장을 무시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는 한진그룹의 한계 때문이다. 한진그룹 뿐 아니라 우리나라 대다수 재벌이 비슷한 체계를 갖고 있다.

'갑질 사태' 이후 조 회장 일가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자, 그 틈을 파고든 KCGI는 한진칼 지분 10.71%를 매입하며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어 ㈜한진 지분 8.03%를 매입한 뒤 전선을 확대했다. KCGI는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계열사인 ㈜한진 지분을 무기로 조 회장 일가의 한진그룹 경영권에 본격적인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다. 한진그룹의 근간을 흔들 KCGI의 경영참여 시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표면적으로 한진그룹은 별다른 대응 전략을 내놓지 않고 정중동이다.

KCGI의 요구가 하나씩 공개되고 있지만 이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한진그룹 오너일가는 모두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다. 이사회 구성 현황으로 볼때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조양호 회장은 지난해 12월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떠났다. 부인 이명희 씨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은 조금 더 일찍부터 LA에 체류하고 있다. 조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는 모두 검찰, 경찰, 국세청, 관세청 등의 수사대상에 오른 상태다.

범한진가 가계도

현재 한국에서 KCGI와의 분쟁에 대응하고 있는 사람은 조 사장과 석 부회장이다. 그러나 이 둘 간의 지휘체계가 불분명함에 따라 조직화된 대응전략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진그룹이 KCGI의 주주권익 강화 요구에 현재까지 이렇다할 답을 못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오너십 체계 때문이다. 조 사장은 조 회장을 대신해 오너일가로 한진그룹 총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석 부회장은 그룹 내 전문경영인의 사령탑으로 대한항공 및 한진칼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한진그룹 경영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정말 많이 고민하더라. 이미 펀드의 지분 매입이 알려지기 전부터 (강성부 펀드의 지분매입을) 알고 있었고 고충이 많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을 향한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무엇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알고 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함을 의미한다.

아직까지 한진그룹은 KCGI의 '경영참여', '지배구조 개선' 등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모습이다. 외부에 공식적으로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KCGI와의 관계 설정', 'KCGI의 요구에 대한 한진그룹의 입장' 등 뚜렷한 발표가 없었다. 한진칼 내부에서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지 않았다. KCGI와의 분쟁에 대비하는 데 있어 한진칼 자체적으로 대응 전략을 짜는 선에서 작업이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 ㈜한진 등 계열사에서 추가 인력을 파견 받는 등의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

한진칼의 임직원수는 지난해 말 기준 29명이다. 이 가운데 조 회장, 조 사장, 석 부회장 등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 등 최고위 경영진을 빼면 실제 직원수는 26명으로 줄어든다. 지주회사 고유의 업무인 지주사업, 라이선스업, 경영자문 및 컨설팅 등 외에도 부동산 임대업, 관광사업, 호텔업 등을 관장하는 조직이 뒤섞인 상태다. 이에 따라 실제 한진칼이 KCGI와의 분쟁이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은 제한적이다.

더불어 한진칼 내 각 조직의 팀장은 전무급 임원들이 맡고 있다. 그 아래 차부장급 일반 직원들이 포진해 그룹 전반에 걸친 지주회사로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이번 KCGI와의 분쟁에서도 이 조직이 그대로 활용되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KCGI의 지분 확보 목적, 향후 경영참여 전략 등을 파악하고, 대응 전략을 설계하는 등 실무를 담당할 인력은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사실상 KCGI와의 분쟁에 대비하는 전력은 극히 일부분이다.

다만 물밑에서는 KCGI의 요구에 대비하기 위한 작업이 일부 진행 중이다. KCGI가 첫 목표로 삼은 한진칼을 중심으로 방어진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을 찾는 모습이다. 특히 한진칼은 이번 KCGI와의 분쟁에 대비해 우호지분 확보 등 대비책을 외부 전문가들을 통해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법률 자문 등은 법무법인 광장을 통해 받고 있다. 더불어 삼성증권을 자문사로 선정해 KCGI와의 분쟁에 대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한진칼은 법무법인 광장이나 삼성증권과 별도 TF를 구성하지는 않았다. 증권가 관계자는 "한진칼이 삼성증권과 TF를 구성해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아니고, 이번 사태에 대한 자문을 받는 선에서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자문 성격으로 아직 전략적 관계로 발전하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지주사인 한진칼에서 이 사안에 대해 전담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TFT 등 별도 조직은 없고, KCGI와 어떤 얘기가 오가는지 등에 대한 것 등은 극비로 한진칼 안에서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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