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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퇴도 못하는 금감원 [thebell desk]

김용관 금융부장공개 2019-02-13 16:34:13

이 기사는 2019년 02월 12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명퇴(명예퇴직) 전성시대다. 임금피크제보다 조건이 좋아지면서 은행원들이 대거 명퇴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남아봤자 미래는 안보이고, 한번에 수억원의 목돈을 챙기는게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실제 KB국민은행이 최근 실시한 희망 퇴직에 600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렸다. 39개월치 월급에 자녀학자금, 전직지원금 등 명퇴로 손에 쥘 수 있는 목돈이 4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모습이다. 올겨울 은행권에서 짐을 쌌거나 나갈 예정인 은행원은 2000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도 합병 이후 처음으로 희망 퇴직을 실시했다. 290명이 회사를 떠났다. 일반직 기준으로 24개월치 급여에 재취업 교육비 명목으로 5년간의 학자금 또는 위로금 3000만원을 주는 조건이다. KB증권, 신한금융투자도 수억원을 지급하며 희망퇴직에 동참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은 아니지만 명퇴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고 지점을 줄여야 하는 금융회사들이 앞장서고 있다. 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명퇴 조건을 높여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금융당국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퇴직금을 올려주면서 적극적으로 희망퇴직을 유도하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곳이 한군데 있다. 유휴인력이 쌓이며 인력 적체가 심각해지고 있는 금융감독원이 그렇다. 금감원 직원들은 명퇴를 하고 싶어도 못한다. 아니 안한다. 명퇴금이 '쥐꼬리' 같아서.

20년 이상 근속하고 정년 1년 이상 남은 직원이 명퇴를 신청할 수 있는데, 명퇴금이 많아봐야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5년간 받을 돈의 절반 정도다. 정년을 채우는 게 훨씬 더 유리한 구조다. 금감원은 내규상 퇴직자에게 퇴직금 외 금액을 지불할 수 없다.

승진도 못하게 생겼다. 승진이라도 하면 연봉도 오르고, 판공비도 쓸 수 있지만 공공기관 지정을 회피하는 조건으로 간부 비중을 줄이기로 한 탓에 그마저도 힘들어졌다. 가족들 먹여살리고, 자식들 학원에 보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금감원 임직원은 법으로 정년(만 60세)이 보장돼 있다. 그냥 버티는게 답이다. 그러니 조직은 비대해지고, 내부의 불만과 갈등은 커질대로 커지고 있다.

해법은 없을까. 1년짜리 임원을 양산하기 보다는 명퇴 제도를 활성화해 고참 직원의 출구를 마련해줘야 한다. 그게 그나마 나은 대안이 아닐까. 퇴로가 막힌 상황에서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관건은 결국 돈인데, 금융회사들의 분담금으로 운영되는 금감원의 성격상 기재부나 금융위의 결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앞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기업은 명퇴금이 너무 적다며 기준 변경을 진작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다. 정부도 전체 공공기관에 대한 명퇴금 제도 개편 작업을 착수하면서 호응했다.

그런데 방만경영을 이유로 호시탐탐 공공기관 지정을 시도하는 기재부나 금융위가 금감원의 입장을 들어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들만을 위해 형평성을 저버릴 의사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힘있는 누군가(?)가 나서야 되는데 그럴 의지도 별로 없어 보인다.

금융회사 입장에서 서슬퍼런 저승사자와 다름없는 금감원 직원들의 체면이 영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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