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1월 12일 08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소득있는 곳에 세금 있다. 과세의 원칙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과세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예외적인 곳이다. 이곳에선 주식 거래를 통해 막대한 시세 차익이 발생해도 세금 한푼 안낸다. 그러나 투자 원금이 반토막이 나더라도 무조건 세금을 내야한다. 전후가 바뀌어야 정상이다. 전자는 주식 거래에 적용되는 양도 차익에 대한 비과세 때문이고, 후자는 증권거래세라는 정책 때문이다.시세 차익은 양도 차익과 같다. 양도소득세는 경제적 가치가 증가한 자산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득에 세율을 매겨 내는 세금이다. 우리는 부동산을 사고 팔때 당연히 양도세를 고민한다. 상장 주식 투자로 인한 매매 차익과 부동산 투자로 인한 매매 차익에 아무런 차이가 없지만 과세는 다르게 이뤄진다.
반대로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사고팔때 어김없이 떼어간다. 손실이 나든 말든 상관없다. 거래대금의 0.3%(농어촌특별세 포함)로 정해져있다. 물건살 때 내는 부가세처럼 간접세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일각에선 정부가 길목을 지키고 앉아 통행세를 받는 것과 다를바 없다고 비꼬고 있다.
우리나라 증권거래세는 1963년 도입돼 1971년 폐지된 뒤 1978년 재도입된 바 있다. 올해 증권거래세는 10월말 기준으로 7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6조2000억원보다 크게 늘어난 8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증시 급락의 대책 중 하나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처음으로 내놨다. 장하성 정책실장도 (폐지 여부에 대한) 검토를 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투자업계도 환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큰 흐름으로 보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게 올바른 방향이다. 소득이 없는데 과세할 명분이 없다. 양도 차익 과세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이중 과세 문제가 야기될 소지도 다분하다. 선진국은 대부분 증권거래세가 없다. 일본 역시 거래세가 없고, 중국이나 홍콩은 0.1%를 부과한다.
하지만 증시 급락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방편이라면, 너무 과한 생각이 아닐까. 증권거래세 하나의 변수때문에 시장 활성화가 안된다고 보는 것은 우리 증권시장을 너무 무시하는 논리다. IMF 외환위기나 리먼 사태 당시 주식시장에 심각한 위기가 왔을 때도 증권거래세는 폐지되지 않았고, 우리나라 증시는 스스로 반등에 성공했다.
거래세를 폐지하겠다고 한다면,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도 같이 주장하는게 맞는 방향이다. 수년째 대주주 요건을 강화하면서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기준을 높이고 있지만 대상은 극히 일부분이다.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현재는 '주식 보유액 15억 원 이상'이지만 2020년엔 10억 원, 2021년엔 3억 원으로 확대된다.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가 기존 1만 명에서 약 8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 투자자 수백만명 중에 겨우 8만명이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여전히 비과세 적용을 받는다.
양도세 부과를 확대하지 못하는 것은 시장 충격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1989년 대만 당국이 양도세 도입을 전격적으로 단행하자 증시는 한달만에 고점대비 36% 폭락했다. 원래 안내던 세금, 그것도 누구나 쉽게 투자할 수 있는 소액투자자가 많은 우리 주식시장에서는 이러한 양도세는 충격을 줄 수도 있다. 이런 이야기는 쏙 빼고 증권거래세 폐지만 주장하는 것은 너무 정략적이다. 주식시장 급락으로 지지율 떨어지는 소리가 너무 컸나.
중장기적으로 일반 투자자에 대한 양도세 부과를 도입하는 동시에 증권 거래세 폐지에 나서는 것이 제대로 된 길이다. 조세 형평에도 이게 맞다. 길게 보면 나라 전체적으로 이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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