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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몰리는 증권사, 떠나는 국민연금 [thebell desk]

김용관 자산관리부장공개 2018-09-12 08:19:30

이 기사는 2018년 09월 10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2억원의 사나이가 대한민국 자본시장을 흔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서 차장으로 근무 중인 30대 김연추씨가 바로 화제의 주인공. 그는 올 상반기 22억2998만원의 보수를 받아 오너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13억1135만원)은 물론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20억2755만원)보다 많은 돈을 챙겼다.

김 차장 뿐 아니라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등 다른 증권사에도 사장보다 많은 수억원대 성과급을 받는 직원이 공개됐다. 그간 막연히 '증권사는 성과 보상이 다른 금융권에 비해 확실하다'는 이야기가 돌긴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생각보다 많은 보수 금액에 부러움과 질투가 공존한다.

고액연봉자 공개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다수다. 업계 밖에서는 '고객을 등쳐 먹고 자기들은 수억원의 성과급을 챙긴다'는 부정적 인식이 여전하다. 내부적으로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노노 갈등'의 우려도 나온다. 증권사 관계자는 "자극을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안팎으로 고액연봉자 공개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이 대부분"이라며 "왜 시행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증권업계는 겉으로는 이같은 비판에 수긍하면서 속으로는 미소를 짓고 있다. 증권사에 대한 이미지 개선과 우수한 인재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이다. 특히 임원이 아닌 일반 직원들이 더 많은 성과급을 받으면서 효과는 배가 됐다. 그간 증권사와 운용사를 비롯한 금투업계는 '돈은 많이 벌지만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곳', '고객의 피를 빨아 돈을 버는 곳'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높았다.

특히 김연추 차장을 배출한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성과급 공개의 최고 수혜주로 떠올랐다. 모든 언론들이 차장이 사장이나 회장보다 많은 돈을 받는다고 대서특필하면서 '한국투자증권의 성과주의'를 돈 한푼 안 들이고 홍보하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최근 한국투자증권 임직원을 만나면 겉으로 말은 안해도 '우리가 최고야'라는 자부심이 온몸으로 드러난다.

농반진반으로 한국투자증권으로 이직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다. 김남구 부회장과 유상호 사장은 매년 직접 대학가 채용 설명회를 다니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유상호 사장은 올해로 12년째 대학가에서 인재 뽑기에 나서고 있다. 10일부터 시작하는 올해 채용설명회에 얼마나 많은 인재들이 몰릴지 궁금하다. 증권업의 성공여부는 결국 유능한 인재에 달려있고, 그 인재들은 제대로 된 보상 속에서 만들어진다.

#국민연금이 1년째 공석인 기금운용본부장 공모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유력 후보들을 보면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제1 덕목은 '운용능력'일 수 밖에 없지만 후보들의 이력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시장에 있는 그 많은 운용 전문가들은 다 어디로 갔나.

모두가 알다시피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는 기피 대상이다. 소주 한잔, 골프 한번 마음 편하게 할 수 없는 자리에 누가 가려고 할까. 퇴직 이후에 다른 금융회사로 이직할 수도 없다. 인사는 물론이고 운용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630조를 굴리는 최고운용책임자(CIO)인 기금운용본부장은 그저 가만히 있다가 적당히 임기 마치고 나가야 하는 자리다. 판단 한번 잘못하면 감옥살이까지 감수해야한다. 그렇다고 금전적 보상이 많은 것도 아니다.

연금을 떠나는 직원들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기금운용직 퇴사자는 2013년 7명, 2014년 9명, 2015년 10명에서 기관 이전이 결정된 2016년 30명으로 급증했다. 2017년에도 27명이 조직을 떠났다. 이들이 떠나는 이유는 뻔하다. 보상은 박하고, 책임은 무한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1억원이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값이 이런데 1류들이 들어와서 일을 할 리가 없다.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수익률은 7.28%를 기록했다. 증권사 성과급 기준으로 따지면 수백억원을 나눠 가져야 하지만 실제 성과급 지급률은 '기본급' 대비 58.3%에 불과했다. 기금운용본부장은 말할 것도 없고 실제 투자를 책임지는 실장들의 성과급도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다. 하물며 증권사 차장에 해당하는 일선 직원들의 성과보수는 말할 필요도 없다.

증권사의 성과보상 체계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최소한이라도 벤치마킹할 방법은 없을까. 돈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떠나는 인재를 막고, 유능한 인물들을 영입하기 위한 기본조건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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