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넘기 힘든 벽 '자회사 순익 20%' [은행경영분석] 지난해 순익 비중 14%대 수준 그쳐…규모 확대 필요 지적
안경주 기자공개 2019-02-14 10:27:56
이 기사는 2019년 02월 12일 15: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이 경영성과 측면에서 지난해 더할 나위 없는 한해를 보냈다. 1조7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냈고, 중소기업금융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22.5%)로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하지만 이러한 안정적인 성장세에도 김 행장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비은행 자회사들의 실적이 개선됐지만 전체 순익에 대한 기여도가 여전히 낮은 수준인 탓이다. 이 때문에 당분간 김 행장이 취임 당시 목표로 제시한 자회사 순익 비중 '20%'를 넘기기 어렵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기업은행이 11일 발표한 '2018년 경영실적'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은 1조7643억원으로 전년대비(1조5085억원) 17.0% 증가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견조한 자산 성장과 건전성 관리를 통한 수익성 확대, 자회사의 고른 성장이 실적 호조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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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IBK캐피탈, IBK투자증권 등 기업은행 자회사 실적 개선이 눈에 띈다. 기업은행 자회사의 지난해 총순이익은 3179억원으로 전년대비 29.5% 증가했다. 특히 IBK캐피탈과 IBK투자증권의 순이익은 902억원 584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4.8%와 61.8% 증가했다. IBK저축은행도 같은기간 68.0% 증가한 17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IBK캐피탈의 실적 개선은 지난해 도입된 새로운 회계기준(IFRS9) 때문이다. IFRS9는 비상장주식에 대한 평가기준을 달리한다. 이전까지 비상장 주식의 가치를 취득원가로 반영할 수 있는 예외조항은 없어지고 비상장회사의 공정가치를 반기마다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즉 시장 가격에 맞춰 비상장주식 가치를 평가하면서 실적이 개선된 셈이다.
IBK투자증권의 경우 자산관리, 상품운용(CM), 투자은행(IB), 구조화 부문이 실적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IBK투자증권 입점이 가능한 은행의 PB(프라이빗뱅크)센터를 WM(자산관리)센터로 전환해 은행-증권간 복합점포를 늘린 영향 탓이다.
문제는 이 같은 자회사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기업은행의 수익 구조에서 자회사 비중이 여전히 낮다는 점이다. 특히 현 수익 구조에선 김 행장이 취임 당시 목표로 제시한 20%를 넘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 행장은 지난 2016년 12월 취임사를 통해 "은행에 90% 이상 편중된 (수익)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비은행 부분을 IBK에서 20%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기업은행의 전체 순익에서 차지하는 자회사 비중은 14%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를 제외한 기업은행의 별도기준 순이익은 1조5110억원으로, 자회사 총순이익은 317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자회사 순익 비중은 17.4% 수준이다.
다만 내부거래제거 등 조정사항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 이를 반영한 자회사 총순이익은 2533억원으로 더욱 낮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자회사 순익 비중은 14.4%에 그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2016년까지 자회사 순익 비중이 꾸준히 증가했지만 이후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은행 자회사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다른 금융지주사와 달리 공격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KB금융그룹은 은행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지난 2017년 1월 옛 KB투자증권과 옛 현대증권을 합병해 통합 KB증권을 출범시키고 그 해 7월 KB손해보험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신한금융그룹 역시 오렌지라이프생명을 인수하는 등 비은행부문 강화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반면 기업은행은 M&A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기획재정부(지분율 51.8%)의 승인을 얻어내기 어려운데다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하면서 내부 유보금 적립 규모도 낮은 탓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최근 인도네시아 현지은행을 인수하는 자회사를 늘려가고 있지만 당분간 순익 비중을 급격히 늘리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며 "M&A나 대규모 자본 투입을 통해 IBK투자증권, IBK자산운용 등 기존 자회사의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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