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2월 13일 0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블랙록자산운용이 최근 삼성전자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계 펀드들의 주주 행동주의에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블랙록운용이 패시브운용에 초점을 두고 있는 운용사지만 행동주의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새로 세울 수 있는데다 다른 행동주의 펀드들에게 언제든 우군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블랙록은 삼성전자 외에도 SK하이닉스, 대림산업 등 국내 주요기업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블랙록의 기존 행태를 감안하면 공격적 행동주의으로의 전략 변경은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최근의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의 지분 매입은 블랙록의 패시브펀드 운용에 따른 지분 매입, 즉 단순 투자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대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만은 없다. 이같은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은 블랙록운용이 지난 7년간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을 한다. 블랙록운용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서 지난 2012년부터 매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조하고 있다.

블랙록은 샌프란시스코, 뉴욕, 런던, 싱가폴, 홍콩, 도교, 시드니 등 7개 지역에서 스튜어드십 업무를 전담으로 하는 팀을 운영하고 있다. 인력은 40명 가량이다. 해당 팀은 지난 2017년 1453개 회사의 2049개 안건이 상정된 주주총회에 참여했고, 작년 6월 말 기준 고객 지분 자산의 51.9%를 관리하며 34개국에서 주주권을 직접 행사했다.

특히 블랙록은 장기적인 재무 성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기업과의 직접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이후 "합병법인이 주주가치를 끌어올릴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삼성 측에 전달한 바 있다. 당시 블랙록의 보유지분은 3.1%였다.

또 작년 4분기에는 포스코 투자설명회(IR)에서 최정우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에게 투자 수익 목표를 포함한 향후 5개년 계획의 세부 사항을 요구하기도 했다. 투자자로서 경영진들에 대한 보수가 적절한지 판단할 수 있도록 보수공개 수준을 개선할 것도 함께 요구했다. 블랙록의 포스코 보유지분은 5.22%로 2대 주주다.

현재 블랙록운용은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2위 SK하이닉스, 8위 포스코 등 다수의 국내 기업들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보유지분은 5.03%, SK하이닉스는 5.08%, 포스코는 5.22%로 핵심 주요주주다. 이 외에도 블랙록운용은 신한금융지주(6.13%), 케이티앤지(6.06%), LG전자(5.04%) 등 코스피 주요 종목들의 대주주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록운용의 이들에 대한 지분 확보는 최근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일련의 주주행동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의견이 많다. 블랙록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공시의무 기준인 5%를 넘은 것은 최근이지만 과거부터 단순투자목적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5% 미만 비율로 꾸준히 보유해왔다. 주요주주로서 경영권 참여 혹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의결권을 행사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예전부터 블랙록은 삼성전자 주요주주로 있어왔다"며 "최근 주가가 많이 빠지면서 저점에서 매수하려는 외국자본들이 들어오면서 지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내부에선 보고있다"고 말했다.

'두산밥캣' 주주총회에서 블랙록 측 법정대리인이 참석해 모든 안건에 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블랙록운용 계열사인 'BlackRock Institutional Trust Company, N.A.'는 지난 2016년 11월 8.74%의 지분율을 기록한 뒤 꾸준히 추가매입해 2017년 6월 10.62%의 지분율을 기록했다. 이후 꾸준히 장내매도를 통해 최근엔 지분율이 7.25%까지 줄었지만 여전히 주요주주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지배구조나 특정 이슈에 대해 서한을 보내거나 의견을 내는 등의 주주행동주의로 보이는 활동은 한 바 없는 것으로 알고있다"며 "주요 펀드에 종목이 편입돼 지분율이 등락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록이 작년 7월에 5% 지분율을 넘긴 뒤 분기마다 보유지분을 늘리고 있는 엔씨소프트도 마찬가지다. 작년 7월 이전부터 엔씨소프트 주식을 보유해온 블랙록운용은 매년 주총 때마나 예탁결제원에 권리행사를 위임해 주주권을 간접적으로 행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최근 삼성전자의 5%이상 지분 확보도 블랙록의 패시브펀드 운용에 따른 기술적인 지분 증가라는 평가가 많다. 국내법에 따라 설정된 펀드가 아닌 주로 미국과 유럽에서 설정된 ETF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요종목들이 편입되면서 최근 패시브펀드를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것.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 언급은 과장된 것"이라며 "외국자본의 비히클이 액티브펀드에서 패시브펀드로 흐름이 많이 바뀌면서 삼성전자 종목이 들어간 지수의 ETF 등을 사는 경우가 많아서 발생한 지분 변화"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블랙록은 ESG 투자로 유명한데 삼성전자는 블랙록이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ESG 지수에 (점수가 낮아) 포함되지 않는다"며 "블랙록식 행동주의 기업대상은 아닌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