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2월 14일 10: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육계(닭고기)산업 전체를 낭떠러지로 몰고 있다."최근 만난 육계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업계가 구조적인 공급 과잉 문제를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채택해온 수급조절협의회를 작년 초 공정위가 '담합'으로 규정해 막은 데 대한 토로였다.
결과는 처참했다. 지난해 업계는 평년 대비 20% 이상 낮게 유지된 육계 생계시세로 마음 고생을 앓았다. 시세는 8월과 12월을 제외하고 kg당 1500~2000원대 사이에서 형성됐다. 연초에는 5년래 최저치인 1300원대 언저리에서 머물기도 했다. 연말이 되면서 2000원 위로 반등했지만 관련 업체 대부분이 실적에 직격탄을 맞은 후였다.
업계 1위인 하림의 경우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불과 15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감소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5% 줄어든 8286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하림뿐만 아니라 동우, 마니커, 체리부로 등 동종 업계가 공통된 실적 하락을 겪었다.
육계업계는 수년 전부터 공급 과잉에 직면했다. 2010년 이후 신규 업체가 진입하고, 업계가 경쟁적으로 시설 투자를 진행한 탓이다. 브라질이나 태국으로부터 부분육 수입도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육계업체간 치열한 '치킨게임'이 시작된 것도 이즈음부터다.
당시 업계는 현명한 돌파구를 찾아냈다. 한국육계협회에 수급조절협의회를 설치하고 자율 협의에 나선 것이다. 각 업체 대표들이 모여 종계 마릿수나 계절·환경적 요인, 시장 수요 등을 고려해 60~90일 후 업계 생산량을 예측하고, 종란 단계에서 도태를 결정해 공급 과잉을 예방하고자 한 장치였다.
공정위는 이같은 협의를 '담합'으로 봤다. 협회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공정위가 담합 사안에 민감해지면서 작년 초 이래 협의회가 전혀 열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장치가 정부 규제로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올초 들어 생계시세는 1월 평균 2500원선까지 일시적으로 반등했다가 2월 현재 2100원선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5월 업체들이 협의 없이도 자율적으로 일부 종란 도태를 결정한 데다, 뒤이은 폭염으로 공급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세 반등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달 들어 이미 시세가 떨어지고 있고, 월말에 보합세를 형성하다가 추가적으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육계 산업은 공급 물량이 조금만 줄어도 가격이 급등하고, 조금만 늘어도 가격이 급락하는 민감한 산업이다. 공급을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기계적으로 담합의 잣대를 적용하는 공정위의 판단이 아쉽다. 산업 발전을 위해 좀더 유연한 시각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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