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1월 24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마트를 비롯해 이마트, 홈플러스와 같은 유통업체가 '후행 물류비' 논란에 휩싸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납품업체에 후행 물류비를 떠넘겼다는 혐의로 롯데마트에 거액의 과징금 부과를 검토하고 나선 것이 발단이다.롯데마트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토로하고 있다. 후행 수수료(물류센터에서 각 지점으로 배달하는데 드는 비용)는 업계 관행으로 롯데마트만의 문제가 아닐뿐더러 중소 납품업체 측에서도 물류 서비스를 대행해 주는데 대한 수수료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형태만 다를뿐이지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다른 대형마트도 후행 물류에 대한 수수료를 수취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선행·후행 물류비를 계약에 명시하고 있고, 이마트의 경우 납품업체로부터 공급받는 제품 원가에 이를 반영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현재는 후행 수수료를 원가에 통합해 계약을 맺고 있다. 다만 공정위의 후행 물류비 조사 기간이던 2012년에서 5년 간은 별도의 계약 조항이 없었다. 납품업체에 지급해야 할 대금에서 후행 물류비 명목을 감액하는 방식으로 수수료를 수취했다.
관련업계는 4000억원대에 달하는 과징금 규모 등 전반적으로 검토되는 제재 수위가 과하다는 입장이다. 후행 물류비를 유통업체가 부담토록 하는 관련 규제가 명확히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앞서 정부는 2013년 물류센터에서 대형마트와 백화점 매장까지 소요되는 물류비를 해당 유통업체가 부담하도록 명시하는 유통 분야 표준거래계약서 개정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결국 롯데마트의 경우 별도의 후행 물류비 계약을 맺지 않고 수수료를 수취한 것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롯데마트가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은 후행 수수료를 오랜 관행이라는 이유로 수취한 것을 공정위가 갑을 프레임의 틀에서 납품업체에 떠넘긴 것으로 본 것 같다"면서 "후행 수수료 명목을 구체적으로 계약에 명시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업계는 후행 물류비 제재가 공정위의 조직개편 이후 나온 점이란 것에 주목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기업거래정책국에서 가맹·유통 분야 업무를 분리해 유통정책관을 신설했다. 이번 롯데마트 후행 수수료에 대한 조사 및 제재는 유통정책관 산하 유통거래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향후 후행 수수료 이슈를 비롯해 유통업체를 둘러싼 공정위의 칼날은 더욱 매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시장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풍선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유통업체가 후행 수수료를 원가에 통합해 계약하는 방식으로 선회한 게 대표적인 예다. 계약서 상에서 후행 물류비 명목은 찾을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납품업체가 부담토록 했다. 후행 물류비를 유통업체에서 전적으로 부담하게 할 경우 납품단가 인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차라리 후행 수수료와 관련된 표준 계약서 등을 정비해 후행 물류비 수수료를 적정 선에서 책정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게 나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는 3월 있을 전원회의에서 공정위가 최종 심결을 어떻게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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