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펑타이 JV' 종속회사 편입 1년 걸린 이유 [지배력 변경 회계처리 점검]2017년 설립, 51% 지분 보유에도 관계회사로 분류…작년 투자약정 변경
최은진 기자공개 2019-02-19 10:09:55
[편집자주]
국제회계기준은 경제적 실질을 반영하는 원칙 중심의 회계다. 경영자의 재량권을 폭넓게 허용하면서도 회사의 경제적 실질을 충실하게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지분율과 함께 고려되는 '사실상 지배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은 기업들마다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지배력 변경 회계처리 논란의 핫이슈가 된 이래 기업들의 지배력 판단이 이전보다 엄격해졌다. 연결종속회사와 관계회사에 대한 기업들의 판단과 그 변화를 더벨이 확인해 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2월 15일 14: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일기획은 2017년 설립한 해외 자회사를 1년이 지나서야 종속회사로 편입하고 연결기준 실적으로 반영했다. 설립 당시부터 지분 51%를 보유한 과점주주였으나 실제 매출이 발생하고 지배력을 갖추는 데까지 시간이 다소 소요됐다.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일기획은 2018 회계년도 재무제표부터 연결기준 재무제표에 중국에 소재한 '베이징 펑타이 바오준 이커머스(Beijing Pengtai Baozun E-commerce Co., Ltd)'를 종속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이전까지는 관계회사로 분류했다. 연결 회사 편입에 따라 앞으로 제일기획 연결기준 실적에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등을 반영한다.
'사실상 지배력(De Facto Control)'이란 개념은 2013년부터 새롭게 적용된 기업 재무제표 상의 용어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IFRS)에서는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율이 50%를 초과하였을 경우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토록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지배력의 개념을 적용해 지분율이 50%를 초과하더라도 투자자와 약정 등으로 지배력이 없다고 판단한 경우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지 않는다. 또 지분율이 50%를 초과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지배력이 인정되는 때엔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제일기획의 이번 지배력 변경 사안은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율이 51%를 초과했으나 연결 자회사로 편입하지 않고 관계회사로만 회계상 인식하다가 지배력에 변화가 생기자 연결 자회사로 확정 분류한 경우다.
연결 자회사는 모회사의 실적에 모든 실적이 연결되고 관계회사는 지분율만큼만 일부 재무사항이 모회사 실적에 포함되는 차이가 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적절성 논란을 통해 알려졌듯 종속기업은 자회사의 가치를 시가평가하지 않아도 되고 관계회사는 시가평가를 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이번에 제일기획의 연결 회사로 편입된 '베이징 펑타이 바오준 이커머스'는 전자상거래를 영위하는 기업이다. 제일기획의 중국 자회사인 펑타이와 웹사이트 및 쇼핑몰 개발 지원기업인 바오준이 2017년 합작해 설립했다. 펑타이의 지분율은 51%로 최대주주다. 제일기획 입장에서는 손자회사가 되는 셈이다. 이 회사의 장부상 취득원가는 23억원 규모로 미미한 수준이다.
자회사가 51% 지분을 확보하는 회사를 신설하면 곧바로 모기업의 재무제표에 연결기준 실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베이징 펑타이 바오준 이커머스'의 경우에는 관계기업으로 설정하고 지분법 이익으로만 제일기획 실적에 반영했다. 그리고 설립한 지 1년이 지나서야 제일기획의 연결 자회사에 편입됐다.
제일기획은 해당 기업에 대해 과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었으나 사실상 지배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설립 이후 곧바로 연결 실적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설립 당시의 투자약정 상으로는 의사결정 권한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부터 펑타이는 바오준과의 투자약정을 변경하고 지배력을 획득했다. 이사회 구성 인력 등 의사결정 권한을 펑타이 쪽에서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보통 조인트 벤처(JV)로 회사를 설립한 경우 이사회 구성원이 동일한 수로 구성되기 때문에 지배력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으로 종속회사로 편입하지 않기도 한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과반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는 회사를 설립하면 보통 바로 연결실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지배력 확보 등 기업이 종합적으로 고려해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반영하기도 한다"며 "제일기획의 경우 의사결정 권한을 확보하는 계약으로 변경하면서 비로소 1년만에 종속회사로 편입하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제일기획 측이 지배력을 확보하고 종속회사로 편입하게 된 시점부터 이 회사는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부터 광고주 유치 활동 등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하며 몇 달만에 수백억원의 매출을 벌어들였다. 제일기획은 중국 사업을 보다 확대하겠다는 목표로 자회사 펑타이를 중심으로 영향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펑타이 바오준 이커머스의 마케팅도 보다 더 공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시장은 유럽과 함께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다"며 "펑타이와 바오준이 JV 형태로 설립한 이커머스 등을 통해서도 중국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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