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2월 20일 11: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표시멘트 실적 악화의 원인은 전용선 구입 때문이다. 해상 운송 차질을 해결하기 위해 전용선을 구입한 게 실적을 끌어내렸다. 삼표시멘트 입장에선 전용선을 구입하지 않고 운반선을 빌려쓰는 용선 계약을 하면 시멘트 품질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고 전용선을 구입해 투입하니 실적이 악화되는 딜레마 상황이다.

삼표시멘트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5766억원, 영업이익은 10억원이다. 매출은 전년(6713억원)보다 947억원 줄었는데, 영업이익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삼표시멘트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98.7%(733억원)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전년보다 10.9% 포인트 줄어든 0.2%를 기록했다. 삼표시멘트는 지난해 전용선 구입을 위해 450억원, 전년에는 750억원을 지출했다. 총 1200억원을 전용선 구입에 투입했다.


삼표시멘트는 명성기공과 운송권 분쟁 때문에 전용선을 구입했다. 삼표시멘트는 동양시멘트 시절 명성기공으로부터 시멘트 운송 전용선과 예인선을 빌려 사용했다. 삼표그룹이 2015년 동양시멘트(현 삼표시멘트)를 인수한 뒤 운송권을 넘겨받지 않겠다고 하자 법적 다툼이 불거졌다. 용선가격을 두고 양측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게 분쟁의 불씨가 됐다. 명성기공은 승소한 뒤 삼척항을 점거했다. 삼표시멘트는 해상 운송에 차질이 생겨 원료 조달, 완제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삼표시멘트는 해상 운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 9척의 전용선을 구입했다. 해운사로부터 용선할 경우 시멘트 품질 저하가 우려돼 전용선을 구입한 것이다. 시멘트 운송용으로 선박을 개조하지 않을 경우 시멘트가 습기에 접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유진호 등 총 5척이 해상 운송에 투입되고 있다. 나머지 4척은 현재까지 인도받지 못했다. 전용선 5척이 1회 운항 시 총 시멘트 3만6000톤을 선적할 수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199만9000톤을 운송해 82.6%의 가동률을 보였다. 9척을 모두 가동할 경우 판매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삼표시멘트는 해상 운송 문제를 해결했지만, 재무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은 240억원으로 전년(384억원)보다 144억원 줄었다. 단기차입금은 519억원(50.7%), 유동성장기차입금은 80억원(6.3%) 늘었다. 삼표시멘트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차입금은 각각 1024억원, 1261억원이다. 전용선 구입으로 유동성이 소폭 악화됐다. 그럼에도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동안 6.4% 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106.5%다.

삼표시멘트는 수요산업 침체와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 시멘트 수요량이 전년보다 11.8% 감소했는데, 삼표시멘트의 판매량도 영향을 받았다. 삼표시멘트의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보다 13.9%(129만톤) 줄어든 798만톤을 기록했다. 실적 악화는 판매 부진과 원가 상승보다 전용선 구입 및 설비 보수 때문으로 보인다. 삼표시멘트는 2015년 9월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뒤 3년 동안 총 1700억원을 투입해 설비를 보수했다. 동양시멘트가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2년 4개월 동안 삼척공장에 대한 유지 보수가 이뤄지지 않아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전용선 구입에 1250억원, 설비 투자 및 유지 보수에 1700억원을 투입했다. 총 2950억원의 비용이 동양시멘트 인수 후 들어갔다. 2015년 삼표그룹은 8300억원을 들여 동양시멘트를 인수해 콘크리트 부문의 수직계열화를 달성했다. 전용선 구입과 설비 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면서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삼표가 삼표시멘트의 지분 45.08%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삼표시멘트는 시장의 우려를 일축했다. 선박과 설비가 정상화될 경우 실적이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표시멘트 관계자는 "1분기 빠른 속도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영업실적이 크게 호전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