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3월 07일 07시3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전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만나 들은 얘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삼지(三知)였다. 삼지란 지분(知分), 지족(知足), 지지(知止)를 말한다. "분수를 알고(知分) 만족할 줄 알고(知足) 그칠 줄 알아야(知止) 한다." 자신의 좌우명이라고도 했다.말은 쉬워도 이런 삶을 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조금이라도 힘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 힘을 휘두르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사실 그 힘을 휘두르기 위해서 높은 자리에 올라가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절대 반지'를 휘두르고 싶은 욕구는 인간 내면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 김 회장은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지지(知止)를 꼽았다. 제때 멈춘다는 것, 가장 어려운 일이다. 탁월한 능력을 가진 좋은 사람들이 멈춰야할 때 멈추지 못해 추락하는 사례를 우리는 너무 자주 봤다.
그런 면에서 그가 발탁한 함영주 하나은행장의 3연임 포기는 신선했다. 객관적인 임원평가지표로 본 함 행장의 경영성과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위험 자산을 줄여 건전성을 높였고, 수익성도 크게 개선시켰다. 무엇보다 은행 통합의 공로를 그룹 차원에서 인정받았다. 통상 PMI 과정에서 잡음이 심해져 기업 경쟁력이 훼손되는 경우도 다분한데 직제·임금체계 통합 등 민감한 문제들을 임기 내에 깔끔하게 정리해냈다.
이만하면 욕심을 부릴 만하다. 운이 조금 더 있다면 회장 자리도 노려볼 만한 상황이다. 하나금융 안팎에서도 함 행장의 가능성을 높이 봤다. 그런데 함 행장은 스스로 물러났다. 함 행장은 이사회에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연임 포기를 전후해 주변에 "고생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소회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조직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는 이야기다. 금융감독원도 재판 결과에 따른 CEO 리스크를 우려하며 연임 반대 의사를 전한 상황이었다.
함 행장의 진심인지, 누군가의 압력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는 멈췄다. 그런데 시장에선 여전히 함 행장의 복귀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후계 구도를 흔들고 있다. 채용비리 재판 결과에 따라 화려하게 부활하며 회장직에 도전할 것이라는 이야기부터, 은행장 타이틀은 뗐지만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어 유력한 회장 후보라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설이 돈다.
누군가는 지성규 행장 내정자의 능력을 의심한다. 중국에서만 경력 기반을 쌓았는데 잘 할 수 있을까. 은행내 세력이나 자기 계파가 없는데 경쟁자들의 견제를 견뎌낼 수 있을까. 사실 함 행장이 통합 KEB하나은행의 초대 행장으로 선임될 때 모두가 놀랐다. 전략통도, 기획통도 아닌 야전 사령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그의 성과는 인정받기 충분하다.
수십년 쌓아온 하나금융의 시스템은 그리 허술하지 않을 것이다. 지 행장 내정자 역시 그 시스템의 수혜를 바탕으로 자신의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 관치의 냄새가 나긴 하지만 금융당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려는 의지를 보인다는 점에서도 괜찮은 선택지로 보인다.
벌써부터 후계 구도를 논하며 조직을 흔들 이유는 없다. 태생적으로 지주사는 회장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힘든 조직이다. 김정태 회장의 임기는 2021년까지 2년이나 남아있다. 현재로서는 '김 회장 이후'를 점치는 게 무의미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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